박지원 前대표 사칭 문자…사기 혐의도 유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환수 부장판사)는 14일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해 금품수수(공직선거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방송 '라디오21' 편성본부장 양경숙(52·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양씨에게 공천을 부탁하며 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호(57)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H세무법인 대표 이규섭(58)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부산지역 시행업체 F사 대표 정일수(54)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명정대한 선거를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그 목적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사기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고, 정치자금법 위반만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양호씨 등 3명이 양씨의 선거 홍보사업에 투자한 것이라 항변했지만, 공천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해당 금품은 후보 추천의 대가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공천 탈락 후 돌려받기로 한 원금 이외의 금융이익 상당액만 공천 대가로 볼 수 있고 이를 산정하기 불가능해 양씨에게 추징금은 선고하지 않는다"며 "양씨를 정치인이나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보기도 어려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양씨가 박지원 민주통합당 전 원내대표를 사칭해서 정씨 등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이 인정된다"며 "양씨는 공천을 확정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는데도 이를 과장했기 때문에 사기 혐의도 유죄"라고 강조했다.

양씨는 공천 지원 대가로 이양호씨에게 10억9천만원, 이규섭씨에게 18억원, 정일수씨에게 12억원을 각각 받아 챙긴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

양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정씨가 작년 11월 양씨를 검찰에 고소함에 따라 양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가 추가됐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