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가 1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3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41일 만에 중도 낙마하게 됐다.

이 후보자는 이날 ‘공직후보 사퇴의 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과 관련해 그동안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헌법재판소장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오후 6시30~40분께 전화를 걸어와 직접 작성한 ‘사퇴의 변’을 전달했다”며 “다른 말은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사퇴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1차 조각 발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자는 그동안 여론의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분당아파트 위장전입을 비롯해 공동 저서 저작권 위반, 장남 증여세 탈루 등 의혹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업무경비를 개인통장에 넣어 두고 단기금융상품인 MMF 계좌에 이체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헌재는 지난달 21일 이강국 전 소장이 퇴임하면서 수장 부재 상태가 20일을 넘겼다. 새 후보자로는 작년 9월 퇴임한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58·사법연수원 10기)이 유력하게 꼽힌다. 대법원장 자리를 놓고 양승태 현 대법원장과 경쟁했던 박일환 전 대법관(62·5기)과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64·6기), 김영란 전 대법관(57·11기), 대검 공안부장 출신인 박한철 헌법재판관(60·13기)도 후보로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열흘 남짓 남은 만큼 후임 인선은 박 당선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다시 후보자를 물색하고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내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병일/이태훈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