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고작 40%, 더 낮추기 어려워…정부, 문제 드러내고 국민 동의 구해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려면 올해부터 20년에 걸쳐 연금보험료를 44%나 인상해야 한다는 추계를 담은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률을 현행 9%에서 13%로 올려야 올해 출생자가 연금을 받게 될 2080년까지 국민연금이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상시기가 10년 정도 늦어지면 보험료 인상폭은 61%로 뛰어 청년세대 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사연은 내다봤다.

국민연금 구조와 태생적 한계를 이해한다면 보사연의 추계는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각자 낸 돈에 이자가 붙어 돌려받는 개인별 저축계좌가 아니다. 지금 은퇴세대의 연금을 현역세대가 부담하고, 현역세대가 은퇴하면 미래세대가 낸 돈으로 연금을 타가는 세대 간 공적부조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갈수록 돈 낼 사람은 줄고 연금을 타갈 사람은 급증해 30년 뒤면 기금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2060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처지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이미 70%에서 40%로 대폭 낮추고도 이 지경이니 국민들에게서 더 걷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역대 정권마다 이런 사실을 함구로 일관해왔다. 국민연금을 든든한 노후대비책으로만 선전하고, 국민연금에 쌓인 수백조원을 지렛대로 활용할 궁리에 급급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공약을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연금제도의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는 ‘내가 낸 돈 돌려달라’ ‘탈퇴하고 싶다’ 등 항의 글이 수백 건이나 올라와 있다. 2004년 연금 파동 이래 가장 심각한 연금의 위기다. 결코 그냥 무마할 성질이 아니다.

정부는 이제 진실을 말해야 할 때다. 국민연금이 왜 고갈 걱정인지, 왜 주겠다던 약속만큼 못 주는 것인지, 공무원·교사·군인연금과의 형평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더구나 올해는 복지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해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을 소위 연금 개혁이라고 더 이상 호도해선 안 된다. 당초 약속을 어기고 국민부담을 늘리는 것을 개혁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다. 복지의 가장 기본인 국민연금을 이대로 두고 3층 연금이니, 복지국가니 하는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민연금이 이 모양인데 보편적 복지를 떠드는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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