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단원을 위해서 함께 자가용을 나눠타고 연습실에 모여요.악보를 못 읽는 친구들을 위해서는 옆에서 한 음 한 음 입으로 들려주면서 각 음을 기억하도록 해 같이 곡을 완성해 나가지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영월동강합창단이 2일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이 마련한 '하모니의 밤' 행사에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영월동강합창단은 단원 42명의 중 30명 이상이 지체·정신장애인이다.

농부부터 회사원, 공무원, 사회복지사, 가정주부, 음악교사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노래의 선율만큼 다양하다.

단원들 나이 차이 역시 상당해 20세 청년부터 68세 할머니까지 세대를 넘나든다.

하지만, 이 합창단이 유명한 이유는 단원들의 이런 다양한 캐릭터 때문만은 아니다.

프로합창단에 비하면 엉성해 보일지 몰라도 2011년 서울 전국 장애인 합창대회와 지난해 강원 장애인하나되기 합창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2006년 합창단 창단 당시에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합창단은 지역 대표로 강원도 주관 합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졌다.

애초에 참가에만 의의를 두기로 했다.

대회가 끝나면 해체할 생각이었다.

신체적 조건이 다른 이들이 모여 함께 움직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합창단을 불러주는 곳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원들은 이에 위축되지 않고 예상외의 팀워크를 발휘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합창대회에 참가하거나 작은 공연 기회라도 있으면 거의 빠짐없이 모였다.

단원들의 이같은 열성으로 이 합창단은 보란 듯이 8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도영(52·지체장애) 단장은 그 비결을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라 말한다.

이들이 노래 1곡을 완벽히 소화하는 데는 보통 5주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자가용이 없는 지체장애인 단원들은 이동하기가 쉽지 않아 자주 모이기가 어렵고, 다 모인다 해도 음표를 볼 줄 모르는 지적장애인 단원, 음치에 가까운 비장애인 단원까지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단지 함께 노래하는 것이 좋아 서로 배려하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가까운 곳에 사는 단원들끼리 조를 만들어 지체장애인 단원과 함께 움직인다.

악보를 못 읽거나 음치인 단원을 위해서는 중학교 음악 선생님인 지휘자가 귀에 박힐 때까지 음을 반복해서 일러줘 감각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수십 번, 안되면 수 백번 같이 부르고 또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래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하모니 속에 녹아들게 된다.

이들이 서는 그 어떤 무대도 그냥 완성되지 않았다.

한 단장은 "수년간 함께 하면서 비장애인 단원들은 장애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장애인 단원들은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도전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면서 "연습은 힘들지만 무대에서 내려올 때 느끼는 성취감이 합창단이 유지되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스페셜올림픽 공연을 위해 이들이 준비한 곡은 'I Have a Dream', '신고산 타령' 등 5곡.
연습시간이 한 달밖에 없었기 때문에 단원들은 최근 평소보다 더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일주일에 2번 하던 연습을 4번으로 늘렸다.

공연을 코앞에 둔 지금은 미흡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최종점검에 여념이 없다.

한 단장은 "큰 무대라 긴장은 되지만 연습을 충분히 한 만큼 실수없이 완벽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강원도 내 최고의 장애인·비장애인 합창단이라는 자부심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2일 오후 7시30분 강릉원주대 해람문화관에서 열리는 '하모니의 밤' 공연에는 영월동강합창단뿐만 아니라 여성중앙나눔합창단 '오!싱어즈'와 홀트장애인합창단 등도 함께할 예정이다.

(평창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r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