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관련 4년 수감…가족 등 환영 속 안양교도소 나와

"용산과 또 다른 용산에서 지금도 내쫓기는 철거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특별 사면된 용산참사 철거민 이충연(40)씨는 31일 오전 10시 4년가량 수감생활을 했던 안양교도소를 나서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내 정영신(39)씨와 어머니 전재숙(71)씨는 이씨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꼭 잡은 이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날 안양교도소에는 이씨의 석방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 등 20여명이 한 시간 전부터 모여 이씨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덕천마을 영세가옥주 대책위원회', '과천 2차상가 세입자 대책위원회' 등의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인근 지역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 소속 회원 20여명도 '용산참사의 고통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아침 일찍 교도소를 찾았다.

오전 9시 55분 정문으로부터 200여m 떨어진 교도소 철문이 열리면서 이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아내 정씨와 어머니 전씨는 이씨를 향해 손에 든 꽃다발을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4년 만에 아들을 껴안은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고 아내는 남편의 두손을 맞잡고 "고생했어"라며 흐느꼈다.

가족들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전철연 회원들과 인사를 나눈 이씨는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시절 유족들에게 용산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며 특별사면 소감을 대신했다.

'謹弔,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적힌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단 아내 정씨는 "다시 이곳에 안와도 되서 너무 기쁘다.

내일 당장 남편과 함께 아버님이 계신 마석을 찾아 인사를 드릴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2009년 1월20일 망루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은 이상림씨의 둘째 아들이다.

어머니 전씨도 "아들이 죄인은 아니지만 두번 다시 교도소에 가지 말라는 뜻에서 두부를 준비했다"며 "이날이 오기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며 웃었다.

전철연 회원 김종학(58)씨는 "측근 사면을 위해 철거민을 이용하는 기만적 사면이지만 늦게나마 용산 사람들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안양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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