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기 전에 한 수습기자가 그만두겠다고 해요. 부모님께서 취업하기 어렵다고 교사임용고시 준비하라고 하셨대요.”

지난 24일 서울 시내 7개 대학 학보 편집장과의 만남에 나온 어느 편집장은 취업에 밀려난 학보사의 위상을 얘기하면서 끝내 눈물을 떨궜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기계처럼 공부만 했고, 대학에서 그 열정을 잃는 게 무서워 힘들다고 하는 학보사에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이제 4학년으로 취업을 고민한다는 그는 “학보사 일을 해도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당당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한파만큼 추웠던 이날 젊은 20대 편집장들과의 대화는 가슴을 뜨겁게 했다. 학우들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온 학보사 12명 기자들은 2013년 대학생과 취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광화문의 한 사무실에서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날 참석한 7개 대학은 연세애널스(The Yonse Annals), 고대 영자신문, 성대신문, 한양대 영자신문, 한양대 경금(경제·금융)신문, 외대학보, 이대학보, 숙대신보사의 전·현직 편집장이다.

○대학생들의 이슈? “취업말곤 없어요”

20대 젊은 학보사 편집장들을 만난다는 기대에 기자는 질문도 많이 준비했다. ‘학내 최대 이슈‘ ‘2013 대학생의 고민’ ‘등록금 문제’ ‘대학생들 놀이문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께 하고픈 말’…. 그러나 대담 시작 불과 몇 분 만에 이 모든 문제의 답은 하나로 귀결됐다.

한양대 영자신문 ‘한양저널’의 편집장 조새해 씨가 “최근 수습기자들은 스펙을 위해 학보사를 지원한다”며 포문을 열자 여기저기서 맞장구가 이어졌다. 김효정 숙대신보 편집장은 “잡지도 취업관련 잡지만 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임경민 이대학보 부편집장은 “다전공으로 단연 인기있는 과목은 경영·경제학”이라며“아마 취업을 위한 복수전공일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명문대에 다니는 이들도 취업이 어려울까. 임씨는 “명문대=고스펙은 이미 옛말이에요. 또 다른 스펙을 쌓기 위해 공모전, 봉사, 어학연수 등 끊임없는 압박이 있습니다”라며 이런 현실이 너무 싫다고 했다. 여대를 다니는 이들의 고충도 있었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취업에선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씨는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여자는 끈기 없고 체력도 안 좋다’는 통념이 있는 것 같아요. 또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모든 걸 시간낭비로 생각하고 스펙이 될 것만 찾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플 정도입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불평등 느끼지 않는 나라 만들어주길”

다음달 25일 취임을 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청년일자리 공약은 ‘스펙 타파’와 ‘중소기업 일자리 육성’이다. 박 당선인의 정책을 꺼내자 학생들은 더 열띤 토론을 벌였다. ‘스펙 타파’ 공약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 하면서도 그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신수정 연세대 영자신문 편집장은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해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스펙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떤 직장에 취직을 하더라도 불평등을 느끼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김명종 연세대 영자신문 차기 편집장은 “때론 좋은 부모 만나 맘껏 대학생활을 하는 것이 미안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교 수업 이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친구가 있다”며 “대학에서 만큼은 모두가 대학의 낭만과 생활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강병규 한양대 경금신문사 편집장은 “대기업에 취업했느냐보다 그 사람의 인성이나 성실성과 노력으로 우리를 평가해 달라”고 했다.

중소기업 취업에 대해선 긍정적이었다. 이정민 고려대 영자신문사 편집장은 정부에서 재취업 시스템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열심히 일하면 좋은 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다는 것이 보편화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공태윤 기자/이도희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tuxi0123@jobn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