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위헌 논란 성매매특별법…'미아리 포청천' 김강자 교수

마구잡이식 단속 안돼
생계형, 비생계형 구별해야…생계형은 전체의 30%로 추정

성매매는 사회문화의 문제
경찰 '철학' 부족…전담경찰 둬야
제한적 공창제가 해법

만난 사람=허원순 지식사회부장
[월요인터뷰] "특별법 10년째…성매매 줄었나? 오히려 음성 시장만 키웠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은 처벌을 받아도 죽기 살기로 다시 그 바닥으로 돌아갈 겁니다.”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68)는 최근 자발적 성매매에 나선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한 서울북부지법의 결정에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관내의 집창촌인 서울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를 집중 단속, 성매매 근절에 앞장섰다. 그가 서장을 맡은 당시 미아리 텍사스엔 미성년자 성매매는 물론 성매매 여성의 감금과 폭행도 사라져 ‘미아리 포청천’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김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광장동에 있는 자신의 개인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실태조사도 없이 만들어진 성매매특별법(이하 특별법) 때문에 성매매가 더욱 음성화되면서 오히려 확산된 측면이 있다”며 “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10년 넘게 전국에 있는 집창촌지역을 모두 돌아보고 느낀 바를 토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월요인터뷰] "특별법 10년째…성매매 줄었나? 오히려 음성 시장만 키웠다"

▷서울북부지법의 성매매특별법 21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단지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결정을 법으로 막는 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법은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여성들의 안전을 오히려 위협하는 장치가 된 지 오래입니다. 예를 들어 성매매 여성들은 상대 남성이 ‘불법 영업이니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폭행을 일삼아도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신고도 못합니다. 2차 범죄를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또 겉으로 집창촌은 없어졌을진 몰라도 오피스텔 같은 곳에서나 인터넷을 통한 음성적 성매매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생겼습니다. 성급하게 법을 만든 것에 대한 부작용입니다. ”

▷처음엔 성매매를 적극 단속하다 생계형 성매매는 허용해주자고 입장을 바꾼 이유가 있나요.

“먹고살 다른 길이 없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그들 식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아이 셋을 키우며 성매매를 한 여성을 알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만난 20대 트럭 운전사와 함께 살았고, 10대에 아이 셋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떠났고, 식당 일을 시작했지만 월급은 100만원도 채 안됐습니다. 그때 2000만원을 빌려주고 월 수입도 식당 보다 훨씬 높은 일이 있다는 유혹의 손길이 들어왔습니다. 성매매였죠. 이 돈으로 전세도 구하고 아이들 돌봐주는 아줌마도 고용했다고 합니다. 제가 만난 여성의 상당수가 이런 과정이었습니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고 생존이 안돼 성매매에 발을 담그는 것이죠.”

▷성매매 자체를 합법화하자는 말처럼 들립니다.

“제한적인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겁니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만 대상으로 특정 지역 안에서는 허용하자는 것이죠. 왜냐하면 방금 말한 이 여성은 특별법이 제정돼 단속이 이뤄지자 오갈 곳을 잃었습니다. 특별법 시행 이후 이 여성의 집에 전화하니 아이가 ‘엄마는 며칠 전 나가서 아직 안 왔고, 우리는 이틀째 굶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우리 사회 곳곳의 ‘비(非)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은 처벌받아 마땅하고, 단속도 해야 합니다.”

▷그동안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해왔는데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월요인터뷰] "특별법 10년째…성매매 줄었나? 오히려 음성 시장만 키웠다"

“생계형과 비생계형으로 성매매 여성을 분리해 보자는 것입니다. 특정 지역을 선정해 엄격히 감시 감독하되 이곳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만큼은 허용해주자는 것입니다. 대신 그외 지역에서는 철저히 단속해야 합니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대신 이 지역에서 범죄나 위생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하자는 겁니다. 장애인과 같은 성적 소외자들이 이곳에 합법적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하자는 얘기입니다. 성범죄가 줄어드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을 벗어날 수 있도록 경제 교육과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만들면 장기적으로는 성매매 여성이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생계형과 비생계형의 구분이 가능할까요.

“제한적 공창제를 실시하면 자연스레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만 남게 됩니다. 음성적인 성매매를 하는 비생계형 여성들은 (생계형 여성만큼 절박하지 않아) 수치스러워서라도 공개된 장소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음성적인 비생계형에 대해선 경찰이 성매매 단속 전담 인력을 두고 철저히 단속해야 합니다. 이전에 현장단속에서 확인한 사실이 있어요. 생계형은 단속이 됐든 뭐든 어떤 경우에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당당합니다. 비생계형은 한결같이 얼굴을 파묻습니다.”

▷성매매 여성들 중 비생계형이 어느 정도 될까요.

“제대로 된 조사가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으로는 30% 정도가 생계형입니다. 10명 가운데 7명은 성매매를 안 해도 생존은 된다는 얘기지요. 단순히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성매매에 발을 담근 여대생, 교장 선생님 딸 등을 봤습니다. 비생계형은 정신이 썩었어요. 그러나 생계형 여성은 일종의 직업이니 보호해야 합니다. 이게 제대로 되면 오히려 인권보호죠. 무조건 성매매 금지로 절박한 여성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어선 안 됩니다.”

▷경찰이나 여성가족부 등 관련 기관의 기능과 역할은 어떻게 봅니까.

“저는 특별법에 반대하다 승진도 못하고 경찰을 떠난 사람입니다. (제한적 허용을 주장하다가) 내부에서조차 ‘당신 경찰 맞아’라는 반응만 돌아왔어요. 당시 여성부 장관을 찾아가 특별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으나 그는 한마디 대꾸없이 알겠다고만 했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대부분이 현장 경험 없이 정책을 만들고 있죠. 하지만 특별법 시행 10년째인데 성매매가 없어졌습니까.”

▷그래도 성매매 단속 건수는 늘었지 않습니까.

“경찰은 특별법 시행 당시 성매매 단속과 관련없는 서울지방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와 각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인력을 총동원해 집창촌 여성들을 마구 잡아들였습니다. 단속이 어려운 음성형은 손대지도 않았습니다. 실적 경쟁을 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고유 업무는 뒤로 한 채 말이죠. 성매매 단속에 대한 원칙 없이, 위에만 잘 보이기 위해 환장한 사람들이 간부 보직을 차지한 결과입니다.”

▷경찰 조직에 대해 에둘러 비판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더 중요한지 판단을 못한 것이죠. 정부 정책을 따르는 게 중요하지만 성매매단속 전담 보직 배치 등 근본적인 대응을 하고 바뀌어야 하는데, 청와대나 상급기관의 눈치만 본 것이죠. 성매매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던 것입니다.”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여성 고위층이 적으니 여성과 관련한 제도나 실행이 부실했습니다. 제가 경찰청에 여성청소년과를 처음 만들 때 ‘남성청소년과도 만들어야겠네’라는 비아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경찰은 여성청소년과를 국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정부에 고위직 여성이 늘어 여성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합니까.

“제가 미아리 텍사스를 현장 단속하면서 14살짜리를 만났습니다. ‘왜 이런 곳에 왔나’라고 물었더니 ‘총각 딱지를 떼려고요’라고 했습니다. 올해 제가 68살인데, 이런 왜곡된 성문화를 바꾸고 성매매 여성들의 입장에서 올바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연구할 것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매매 실태조사조차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단속법부터 만든 것이죠.”

김강자 교수는 현직 때 '여성 최초' 달고 다녀…미아리 집창촌 단속으로 유명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의 이름 앞에는 ‘우리나라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첫 민원실장, 여자형사기동대 초대 대장, 최초의 여경 출신 총경 등으로 이력도 화려하다. 김 교수가 경찰 재직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성매매 단속이었다. 충북 옥천경찰서장을 지낼 땐 미성년자 ‘티켓다방’ 단속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종암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엔 서울 하월곡동의 ‘미아리 텍사스’를 대상으로 탈(脫) 성매매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속옷까지 세탁소에 맡길 만큼 경제 관념이 없던 여성들에게 저축을 유도,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김 교수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도입에 반대했고, 이런 이유 등으로 경찰에서 물러났다. 퇴직 이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만난 사람=허원순 지식사회부장, 정리=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 성매매특별법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2002년 전북 군산시 개복동의 집창촌 화재 참사를 계기로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만들어져 2004년부터 시행됐다. 최근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성매매알선 처벌법 21조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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