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번 재산을 자식들 교육 등으로 모두 투자했지만 은퇴했다고 생활비를 달라고 하기는 어려운 게 부모들 마음이잖아. 기초연금을 20만원으로 올려준다면 환영하지 않을 노인이 어디 있겠나.”(서울 상도동 김진태 씨)

24일 오전 서울 상도2동 노인회관. 70대 안팎의 회원 10여명이 둘러앉아 최근 논란이 된 기초연금 도입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꿔 65세 이상 모두에게 현재(최고 9만4600원)의 두 배가 넘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이 자리의 노인들은 기초연금 도입에 대해 대개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김정태 씨(71)는 “우리가 젊을 때 열심히 일해 일궈놓은 나라인데 이 정도 대우는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훈 상도동 노인회장(67)은 “노인회 회원 대부분이 자식에게 의탁하는 처지여서 기초연금 시행시기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국 곳곳의 노인회관이 기초연금 도입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상당수 고령자들은 기초연금제도에 대해 찬성의사를 나타냈지만 일부는 섣부른 시행이 나라 살림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도 표했다. 부산시 개금동의 이동원 씨는 “그리스와 같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이후 선별적 복지로 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노인 인구가 2040년에는 인구의 40%에 달한다는데 모든 노인에게 돈을 주는 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시 양덕동의 김민규 씨(69)는 “정부가 노인들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가난한 노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설명이 부족해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시 내방동 해태아파트의 박춘석 노인회장(78)은 “말만 무성할 뿐 이 제도에 대해 아무도 확인해주지 않는다”며 “기대감만 잔뜩 높인 채 슬그머니 공약을 폐기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기초노령연금

만 65세 이상의 전체 노인 가운데 소득·재산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연금. 지난해에는 402만여명이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우섭/박상익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