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 지원보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의료비 절감과 함께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증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학교수와 연구소 연구위원, 정부 관계자 등 보건·복지 전문가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보육시설 너무 모자란다”

전문가의 60%(2개 복수응답 기준)는 보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꼽았다.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 비중이 전체의 5~10%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공립시설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9%가 ‘선진국 수준인 50%까지 늘려야 한다’고 답했고, ‘30%가 적정하다’는 응답도 38%나 나왔다. 반면 ‘무상보육 확대 등을 통해 보육비용을 경감해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민간어린이집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보육지원 대상만 늘리면 오히려 아이들의 정서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플란트 지원은 소득 역진적”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의견 차가 가장 큰 부문은 보건의료였다. 전날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은 보육 노인 의료 빈곤 등 4개 부문 중 의료 부문 만족도가 가장 떨어진다고 답했다.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문가 중 ‘보건의료정책 수준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37%로, 미흡하다는 비율(22%)을 훨씬 웃돌았다.

중점을 둬야 하는 정책으로는 암 등 중증질환 의료비 감면 확대가 46%로 가장 높았지만 질병예방정책이 시급하다는 응답도 36%에 달했다. 반면 국민 중 예방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1.9%에 그쳤다. 이는 전문가들이 향후 급증하는 건강보험료 지출이 미래 복지정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 예방과 건강증진책이 필요한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배광학 서울대 치대 교수는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실행 방법에 따라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본인부담금을 50%만 적용해도 사실상 저소득층은 혜택을 보기 힘든 소득 역진적 정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더 올려 복지 확대”

복지와 국민 부담 증가에 대한 인식도 전문가와 국민은 큰 차이를 보였다. 국민 가운데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현재 세금과 복지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25.4%, 세금도 내리고 복지 수준도 낮추자는 응답은 26%였다. 그러나 전문가의 84%는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노인 분야에서는 45%에 달하는 노인빈곤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는 답변(복수)이 60%로 가장 많았다. ‘노인 소득 보장을 위해 기초노령연금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냐’는 질문에는 41%가 월 20만원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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