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업체, 지난해 8월에도 가스 누출 의혹
유독물 처리 설비 규정 `허술'…보완책 마련 시급


청주공단에서 또다시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에 불산 누출 발생 업체는 지난해 8월에도 가스 누출 의혹이 제기됐던 터라 안전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 5개월 전에도 가스 누출 의혹…`안전 불감증'

지난 15일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청주공단 내 업체는 지난해 8월에도 유독 가스 누출 의혹이 제기됐다.

공장 주변 조경수가 고사하고, 이웃 공장의 유리창이 변색하는 등 배출가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관계 당국은 현장 조사 결과 유독 가스가 누출되지 않았으며 대기 환경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가 주변 공장의 변색한 유리창 등을 배상하는 차원에서 매듭지어졌지만 일부 주민들은 유독 가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같은 달 이 공장이 위치한 청주공단 내 LG화학 공장에서도 휘발성 용매인 다이옥산을 담은 드럼통이 폭발,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LG화학 폭발 사고는 무리한 공장 설계 변경, 안전장비 미착용 등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청주공단에서 또다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는 작업자가 부주의로 밟은 불산 수송 플라스틱 배관이 깨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독물질 취급 설비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누출된 불산이 `물 수준'인 8% 농도에 그쳤기 망정이지 치명적 독성을 지닌 원액이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의 시설·장비 규격에 대한 법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시행령 등에는 `시설을 적절하게 유지·관리해야 한다'거나 `침하·균열·부식 등 안전상 위해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유독 물질을 담거나 처리하는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업체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유독 물질 처리 설비를 갖출 수 있고, 이에 따라 언제든 대형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유독물질 취급 시설·장비 규격을 대폭 강화하는 등 관련 법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16일 논평을 내 "실수로 밟아 배관 파이프가 깨지고 불산이 누출된 만큼 공장 시설이 허술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환경련은 "지역사회가 납득할 만한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민·관·학 공동 조사기구를 구성,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수립하자"고 요구했다.

◇신속 대응, 2차 피해 차단은 `긍정 평가'

청주 불산 누출 사고는 다행히 농도가 `물 수준'으로 옅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신고부터 현장 수습까지 대처가 비교적 매끄러워 2차 피해를 막았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오전 7시 30분께 발생한 경북 상주의 염산 탱크 파손 사고는 해당 업체가 자체 수습을 고집, 소방 당국에 제때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도 제대로 된 대처가 없어 피해가 컸다.

주민 대피령이 사고 발생 3시간30분 만에 내려졌는가 하면 사고 이튿날에야 중화제가 살포됐다.

이런 늑장 대처는 보상금 231억원, 농작물·가축 보상금 69억원 지급이라는 거액의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청주공단 불산 누출 사고는 발생 직후인 15일 오후 9시53분께 소방본부에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 당시 이 직원은 보호장비를 완벽하게 착용하고 있었고, 공장 내에는 피해 확산을 막는 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누출된 불산은 안전 처리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임시 저장탱크를 거쳐 곧장 폐수 처리시설로 옮겨졌다.

기화한 불산도 시설 내 흡착시설에 걸러져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

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출동해보니 사고 현장이 이미 깨끗게 정리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도 "이 공장이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