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북 구미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여 만에 인근 상주시의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12일 유독 물질인 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사고 내용을 접수한 소방당국이 즉각 염산 수거와 제독 등 방제작업을 벌였으며, 인명피해나 환경오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7시30분께 경북 상주시 청리면 마공리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에서 탱크 안에 들어 있던 염산이 누출됐다. 소방관계자는 “염산이 들어있는 280t짜리 탱크 배관이 동파되면서 생긴 틈으로 농도 35%의 염산이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탱크 안에는 약 200t의 염산이 있었는데, 이 중 100t가량이 밖으로 새어나온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흘러나온 염산 중 일부는 바닥에 쌓여 있는 눈과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유독 기체인 염화수소로 변해 대기 중으로 흩어졌다.

웅진폴리실리콘은 염산, 수소 및 실란가스 등을 이용해 태양광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업체다. 염산은 녹물 제거 등 세정용으로 사용되는 물질로, 일명 불산으로 불리는 불화수소산보다 인체에 덜 해롭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노출될 경우 호흡기 점막 등에 손상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흘러나온 염산은 염화수소로 기화해 공장 주변 반경 500m 정도까지 퍼졌다. 사고가 난 공장은 6개월 전부터 가동이 중단돼 현장 작업자가 없었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주민은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공장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을 출입통제하고 염산 수거와 제독 작업을 진행했다. 염산 탱크와 방호벽에 고인 상태로 공장 외부로 누출되지 않은 염산 100여t은 폐수처리장으로 옮겼다. 상주시는 공장 인근 4개 마을 주민 760여명에게 현장 접근 금지 방송을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한 대구지방환경청은 12일 오후부터 주변 축사와 마을 등 8개 지점에서 대기 중 염화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해용 대구지방환경청 환경관리과장은 “염화수소가 사고 장소로부터 멀리 퍼지지 못했거나, 이미 빠르게 흩어져 희석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체 특성상 어떤 경로로 얼마나 확산됐는지는 전문가들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대구지방환경청은 주민들이 요청한 지역을 동행 조사하고, 인근 하천과 마을에서 수질 오염 여부 등을 추가로 측정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염산 누출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상주=김덕용/김유미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