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증권부 차장 psw@hankyung.com
[한경데스크] 신입 40%, 임원 1%

벌써 19년 전 얘기다. 처음 신문사에 수습기자로 입사했을 때 동기가 9명이었다. 그 중에 여기자가 4명. 언론사마다 여기자를 한 해 1명, 많아야 2명 정도만 뽑던 시절에 나름 ‘파격’이었다. 당시 편집국장이 딸만 둘이라 여기자를 많이 뽑았다는 ‘설(說)’까지 돌았다.

다른 일간지에서는 칼럼의 소재로 활용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시대가 변했다. 이젠 한 언론사에 수습 여기자가 4명씩 들어올 정도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요즘은 성적으로만 뽑으면 전부 여기자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남(男)기자 할당제’를 해야 한다는 농담반 진담반 얘기가 나온다.

신입사원의 40%가 여성

여성의 사회진출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한다. 각종 고시에서 여성 합격자가 늘었다는 기사도 좀 진부해졌다. 그만큼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과거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주로 ‘자아실현’이란 차원에서 인식됐다. 하지만 요즘은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현실도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젊은 남성들은 웬만한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벌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직장 내 여성인력이 늘다보니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부서에 여성을 받느니 못 받는니 하는 얘기를 대놓고 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신입사원의 30~40%가량이 여성인데 피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위직’까지 살아남는 여성이 아직 드물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진 여성 비율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20~30년 전만 해도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의 숫자가 지금과 비교해 적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런 저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커리어를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육아지원은 장기적 ‘투자’

여성 임원을 중용하는 기업의 실적이 좋다는 조사 결과를 굳이 꺼내들지 않더라도 직장 여성들이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기업이나 사회적으로 큰 손해다.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 교육시키고 경험까지 갖춰놨는데 나가버리면 투입 대비 산출이란 효율성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따라서 직장 여성들의 최대 고민인 육아를 돕기 위한 제도적, 실질적 지원은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당장은 ‘비용’일지 몰라도 긴 안목에선 ‘투자’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 임원이나 공무원 고위직 인사 때마다 ‘여풍(女風)’ 이 헤드라인으로 뽑혔다. 10년, 20년 뒤에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의 등장이 큰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여성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 중 하나는 회사 안팎으로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성들이여, 네트워킹하자

네트워킹은 곧 소통(疏通)이기도 하다. 기업하는 여성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네트워크가 부족해 홍보와 마케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네트워킹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학부모 모임처럼 필요성을 느끼면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기회를 만든다.

다만 그동안은 직장에서 소수이고, 당장 조직에서 살아남는 게 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아닌가 싶다. 여성 사회진출의 양적 변화를 질적 변화로 만들어가기 위해 여성 스스로 외연을 넓혀야 할 때다. 가부장적이던 한국사회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만큼 분명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박성완 증권부 차장 ps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