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지지부진 용유·무의 개발 이번에도 좌초 우려
시행예정자 "투자 유치 위해 시가 보증 서달라"…인천시 "절대 안돼"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의 용유·무의도를 개발하려고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에잇시티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정부의 사업 면적 확대 승인으로 사업이 탄력을 받는 가 싶더니 투자 유치 부진으로 큰 벽에 부딪혔다.

그동안 개발자의 사업 수행 능력 부족과 투자 부진 등으로 10년 넘게 지지부진해온 용유·무의 개발이 이번에도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31일 ㈜에잇시티, 한국투자증권과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 도시 개발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었다.

협약 체결식에서는 화려한 도시 조감도와 함께 '단군 이래 최대', '인류 최대' 규모라는 장밋빛 수식어가 반복됐다.

㈜에잇시티는 사업 시행 예정자로,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자본을 유치해 이 회사에 끌어다 주는 금융 주관사로 이 협약에 참여했다.

협약에는 ㈜에잇시티가 사업 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해 2012년 말까지 500억원을 증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년 3월까지 500억원을 추가 증자해 1천억원을 조성하고 6월까지 사업 부지 토지 보상금 규모인 6조8천억원을 마련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협약 이후 2개월이 지난 3일 현재 이 사업을 위해 투자된 금액은 '0원'으로, ㈜에잇시티는 사업 시행권 조차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에잇시티는 원활한 투자 유치를 위해 용유·무의 개발 협약 보증을 서달라고 지난달 중순부터 시에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시가 보증을 서면 투자금 500억원이 손쉽게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산하 인천도시공사의 미단시티 사업 보증으로 자금 위험을 겪은 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에잇시티의 최대 주주(37%)는 과거 협약 내용 불이행으로 시로부터 기본 협약 해지 통보를 받았던 캠핀스키컨소시엄이다.

시로서는 이 기업을 무작정 신뢰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시가 ㈜에잇시티를 사업 시행 예정자 지위에서 쉽게 내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용유·무의를 개발하려는 다른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데다 수조 원 규모의 토지 보상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 진행 상황을 문의하는 토지주들의 전화가 매일 수십통 씩 시에 걸려오고 있다.

작년 말까지라는 1차 증자 기한은 계약이 아닌 협약상 내용이라 강제력도 없다.

진퇴양난에 빠진 시는 우선 자금 마련을 위한 기한을 오는 25일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이나 ㈜에잇시티는 시가 보증을 서는 방안 외에는 딱히 묘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지나치게 거대한 사업 규모가 투자자의 외면을 사고 있다.

㈜에잇시티가 용유·무의에 추진하는 도시는 숫자 8의 형상으로 계획돼 에잇시티(8City)로 이름이 지어졌다.

80㎢ 면적에 오는 2030년까지 호텔복합리조트, 한류스타랜드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총 사업비는 317조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안과 맞먹는 규모이다.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eri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