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매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치매환자는 53만명으로, 2008년 42만명보다 27% 늘었다. 치매로 인한 연간 총 진료비는 2010년 기준으로 8100억원이나 된다. 1인당 진료비는 연간 310만원 정도인데, 5대 만성질환보다 높다. 5대 만성질환 진료비는 뇌혈관질환(204만원), 심혈관질환(132만원), 당뇨(59만원), 고혈압(43만원), 관절염(40만원) 등이다. 다른 어떤 만성질환보다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치매가 의심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신경학적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포함한 방사선 검사, 신경심리검사와 혈액검사 등을 통해 치매 진단을 받게 된다. 치매에 대한 조기진단 및 치료가 늦어지면 병원에 오더라도 약물반응이 떨어지고 결국 사회에서 격리되는 시설 입소가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치매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상생활수행능력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말하는데 전화 사용, 물건 사기, 돈 계산, 요리하기 등이 포함된다.

얼마 전 본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김모씨(62·여성)의 사례를 살펴보자. 김씨는 평소 손빨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날 밤 남편이 화장실에서 빨래하는 김씨를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왜 밤에 빨래를 하느냐’며 가벼운 핀잔만 주었다. 며칠 뒤 김씨가 더 이상 빨래를 못하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그동안 힘들었겠거니 싶어 세탁기를 새로 장만해주었다. 서너 번 세탁기를 사용해 빨래하던 김씨는 자꾸 사용법을 잊어버리고 사용설명서를 찾기에 바빴다.

또 시장에 가서는 장바구니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았다. 남편은 김씨가 건망증이 늘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김씨는 일상생활수행능력의 장애로 의심되는 세 가지 증상을 보였다. 평소 즐겨하던 손빨래를 못하겠다고 한 것, 세탁기 사용법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 장을 보러 외출했는데 빈손으로 돌아온 점이다.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탓에 김씨의 치매는 계속 진행됐던 것이다.

치매 치료는 대부분 인지기능 개선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지만 일상생활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제로 활용되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는 인지기능과 일상생활수행능력의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임상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제 50대를 넘어서면 치매의 안전지대는 없다.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가족들의 세심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찬 < 동의의료원 신경과 진료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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