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無等山).
'그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를 가진 무등산은 광주 시민들에겐 '어머니의 산'으로 통한다.

매년 광주 시민 200만~300만 명이 무등산을 오른다.

시민들의 힘으로 1990년 군 통제구역인 서석대와 입석대를 개방시켰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 '무등산 공유화 운동(내셔널트러스트)'을 펼쳤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대도시를 품고 있는 무등산은 광주라는 거대 도시의 '녹색허파' 역할을 한다.

입석대, 서석대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가사문화권을 비롯한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산재,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보전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호남의 영산 무등산의 전설
무등산의 옛 이름은 무진악이었고, 서석산, 무악 등으로 불리다가 무등산으로 바뀌었다.

반야심경에 무등이란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불가에서 나온 산명이라는 견해도 있다.

무등산에서 지낸 제사를 무당들이 주재했기 때문에 '무당산'이라고 부르던 것이 무등으로 변했다고도 한다.

지리산, 한라산과 함께 무등산에서는 옛부터 삼신제를 지냈고 현재도 천제단에서 매년 제사를 지낸다.

무덤과 같은 형상이라 '무덤산'으로 부르다가 무등산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해발 1천m에 형성된 주상절리대…세계유산 등재 추진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된 무등산 서석대(해발 1천100m)와 입석대(1천17m) 등 주상절리대는 중생대 백악기에 발생한 화산 활동의 산물로 용암이 냉각, 수축하고 굳어져 만들어졌다.

오랜 세월 물리적 풍화작용에 의해 기둥과 병풍 모양을 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고 학술적 가치가 크다.

입석대는 5~8각, 둘레 6~7m, 높이 10여m의 독립된 돌기둥 수십 개가 수직으로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다.

서석대는 돌 병풍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발달해 있다.

특히 입석대와 서석대의 주상절리는 돌기둥 하나의 크기가 지금까지 남한에서 보고된 것 중 최대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해안가가 아닌 해발 1천m 이상의 고지에 발달한 주상절리대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사례여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광주시는 무등산 주상절리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항쟁의 거점, 가사문학 탄생지
무등산은 역사적으로 항쟁의 거점이었다.

고려말 왜구를 격퇴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정지 장군,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김덕령 장군, 청나라에 맞서 싸운 전상의 장군의 사당이 있다.

의병장 고경명도 무등산 기슭에서 봉기했고 구한말엔 고광순 장군이 활약했다.

무등산은 주옥같은 가사문학의 탄생지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면앙정 송순도 '면앙정가' 등을 이곳에서 지었다.

국문학사에 높이 평가되고 있는 대문호의 가사문학 16편이 무등산 자락에서 나왔다.

이들의 활동 공간이 된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독수정, 소쇄원, 환벽당 등 정자가 무등산 자락에 있다.

남종화의 거두 의재 허백련도 무등산에서 차를 기르며 그림을 그렸다.

증심사 앞에는 의재 허백련의 차밭과 미술관이 있다.

◇'무등산의 역사' 무등산 옛길
무등산 옛길은 광주 도심에서 원효사를 거쳐 서석대까지 옛사람들이 오르던 길을 복원한 새 길이다.

광주시는 2008년부터 무등산 옛길 사업을 진행, 광주 동구 산수동부터 무등산 서석대까지 총 11.87㎞, 3구간을 조성했다.

1구간은 광주 도심과 무등산 산행을 시작하는 원효사를 잇는다.

2구간은 원효사에서 서석대에 오르는 등산로, 3구간은 광주 도심에서 충장사를 거쳐 담양 가사문학권으로 이어지는 '역사길'이다.

이 길은 무등산이 간직한 수천 년의 역사를 구간 구간마다 이야기로 녹여내고 있다.

소에게 길을 물으며 황소걸음으로 걷는다는 '황소걸음길',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길', 방랑시인 김삿갓이 화순 적벽을 가던 '김삿갓길', 나무꾼들이 이용하던 '나무꾼길' 등이 조성돼 있다.

◇무등산 공유화 운동
무등산을 지키기 위해 5만 명이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땅 한평 갖기'에 동참했다.

현재까지 6천500만 원이 모금되고 54만9천㎡의 땅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무등산 공유화 운동은 '시민 모두가 주인이 돼 무등산 자락의 아름다운 경관과 조망권을 보존하고 지키자'는 취지로 무등산보호협의회 창립 10주년인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단은 시민들의 모금액으로 무등산의 자연과 역사가 배어있는 골짜기, 상수원 보호지역 등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평두메계곡 13만여㎡, 화암계곡 11만여㎡, 화순군 이서면 일대 1만8천843㎡ 등 시민의 정성으로 사들인 땅만 45만2천366㎡에 달한다.

공유화운동 이후 무등산 정상 일대 군부대가 이전하고 원효사지구 원주민촌 철거, 광주호생태공원 조성 등으로 무등산 63만여㎡가 복원되기도 했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