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팀 형사 출신, 범죄 지식 이용해 금고털이에 악용

"도둑 잡는 경찰이 도둑질하면 누가 도둑 잡나요? 별일이 다 있네요.

"
우체국 금고털이를 공모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경찰관이 체포되자 시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여수 삼일동 우체국 금고털이에 가담한 혐의로 관할파출소 소속 김모(44) 경사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여수에 사는 김모(36)씨는 "처음에는 친구를 잘못 사귀어 오해받나 보다 생각했는데 시청 공무원에 이어 경찰까지 비리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니 공공기관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고 개탄했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경찰관의 범죄 연루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누리꾼은 "완전범죄는 없다는 걸 더 잘 알 텐데 공모하다니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비리가 없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검사가 여자피의자와 검사실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하지 않나, 경찰이 도둑과 손잡지를 않나, 성폭행범을 경찰서에서 놓치지를 않나…. 한숨만 나온다.

그야말로 막장드라마"라며 어이없어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뇌물 비리를 넘어 경찰관의 범죄 직접 연루 의혹으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경사와 친분이 있는 광주의 한 경찰관은 "금전적인 동기도 없어 보였고 김 경사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결단코 아니라고 해서 믿었는데 황당하다"며 "열심히 일하는 경찰관들까지 민원인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남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범인 잡는 데 써야 할 지식을 악용해 직접 범죄를 저지르다니 어떻게 이런 경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1992년 경찰에 입문한 김 경사는 여수경찰서 형사과와 지역 파출소 등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6월부터 현재 소속된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김 경사는 5~6년여간 강력팀 형사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은 채 범행 현장까지 각각 도보, 자전거로 접근해 현장에 물을 뿌려 족적이 남지 않게 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