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시장과 지방의원은 뇌물 먹고 무더기 사법처리되기도

'공무원의 공금 80억 원 횡령에 이어 현직 경찰관이 우체국 금고털이 공범까지…'
전남 여수지역 공직자들이 희대의 사건을 저질러 2012 세계박람회를 개최했던 '미항(美港) 여수'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다.

여수경찰서는 26일 여수 삼일동 우체국 금고털이에 가담한 혐의로 관할 삼일파출소 소속 김모(44) 경사를 긴급체포했다.

김 경사는 지난 8일 여수 삼일동에서 발생한 우체국 금고털이의 주범 박모(44)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우체국 옆 식당 벽면을 뚫고 들어가 금고를 산소절단기로 구멍을 낸 뒤 현금 5천200여만 원을 털었다.

김 경사는 사건 발생 10일 전인 지난달 29일 휴대전화 카메라로 우체국 내부를 촬영한 모습이 우체국 내부 폐쇄회로(CC)TV에 찍혀 공모 의혹을 샀다.

박씨는 프로파일러까지 동원된 경찰 조사에서 "김 경사와 공모했다"고 털어놨다.

현직 경찰관이 성인오락실, 성매매 업소와 유착돼 적발된 경우는 간혹 있지만, '강력범죄' 그것도 금융기관 금고털이범과 공모한 사건은 초유의 일이다.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현직 경찰관이 '투캅스' 등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여수지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에 앞서 여수시청 공무원 김모(47)씨가 공금 80억여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3년여 동안 시청 회계과에서 근무하면서 관련 공문서를 위변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공금 8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9월 오현섭 당시 여수시장이 업자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고 시의원 등 지방의원 11명은 오 시장 측으로부터 6·2 지방선거에서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가 의원직을 잃었다.

이처럼 여수지역에서 최근 2년여 동안 '시장 구속→지방의원들 무더기 의원직 상실→공무원 공금 80억여 원 횡령→현직 경찰관 금고털이 공모' 등 전국의 이목을 집중할 만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오욕의 도시'로 낙인찍힐 처지에 놓였다.

여수시민 박모씨는 "풍광이 아름다운 여수에서 이처럼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터져 창피하다"며 "대외적으로 여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