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동에 살고 있는 박호출 씨(76)는 그동안 상가주택에서 나오는 월세를 받아 생활비로 써왔다. 하지만 건물이 낡아 물이 새는 등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상가주택을 처분하고 인근 아파트를 구해 이사를 했다. 문제는 생활비였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온 터라 갖고 있는 재산이라곤 달랑 아파트 한 채. 세 딸이 용돈을 보태고 있지만 상가주택에서 나오던 월세가 끊기면서 생활비는 늘 빠듯했다. 결국 박씨는 생활비 걱정을 덜기 위해 새로 산 3억5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맡기고 최근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매달 연금 129만원(정액형)을 받는 조건이다.

박씨처럼 늦게라도 안정적 노후 준비를 위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이른바 ‘3층 노후보장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노인들이 주택연금을 통해 안정적 노후를 꾀하고 나서면서다.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1만192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금융자산 비중이 작고 일정한 소득이 없는 노령층도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입자 연령과 주택가격 등에 따라 다르지만 매달 일정한 돈을 받아 생활비로 쓸 수 있어서다.
예컨대 70세 가입자가 1억원, 3억원, 5억원짜리 집을 맡길 경우(일반주택·종신지급방식·정액형)를 가정해보면 각각 34만6000원, 103만9000원, 173만2000원을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내년 2월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람은 같은 가격의 집을 맡겨도 이전보다 평균 2.8% 적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기존 가입자의 수령액은 바뀌지 않는다.

박승창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장은 “특히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고령화 추세 속도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주택연금이 은퇴자들에게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