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능한 한 오래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피터 피오트 영국 런던대 교수)

20년 전에 비해 평균 수명은 5세가량 더 늘어났지만 여전히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술, 담배, 비만 등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연구소 등이 영국 의학전문잡지 란셋을 통해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질병부담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0년 대비 2010년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은 각각 62.8세에서 67.5세, 68.1세에서 73.3세로 늘어났다. 인생 중에서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도 같은 기간 남성은 9.2년, 여성은 11.5년 더 늘어났다. 이번 연구는 세계 50개국 480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5년간 진행됐다. 수명과 건강 관련 연구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란셋은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세상 사람들이 더 건강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만성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예방접종이 보편화되면서 바이러스 등이 유발하는 질병은 줄었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에 따른 질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대 사망원인 질병 가운데 감염성 질병인 결핵이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은 줄었다. 반면 짜고 기름진 음식이나 흡연, 음주가 유발하는 당뇨와 폐암은 크게 늘었다. 또 영양실조는 감소한 반면 비만이 늘었다. 2010년엔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가 영양실조보다 세 배나 많았다. 사망원인 1, 2위는 1990년과 2010년 모두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이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