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도가 기준.."수입산은 간신히 기준 충족"

해외에서 수입된 경유는 우리나라 혹한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면서 수입 경유 품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외국산 경유는 유동점·인화점·윤활성·밀도 등 정부가 규정한 16가지 품질·환경기준을 충족해야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

이 가운데 겨울철 혹한과 관련한 품질 기준은 기름이 얼어 결정이 생기는 한계점인 '필터막힘점(CFPP)'이다.

겨울철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 경유에 함유된 '파라핀'이 굳으면서 연료 필터를 막아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엔진이 꺼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CFPP의 기준 온도를 '섭씨 영하 18도'로 설정하고 국산은 물론 수입 경유 제품에 대해 이를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최저 영하 18도까지 차량 운행에 별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CFPP는 재작년까지 영하 16도가 기준이었으나 해가 갈수록 한파의 수위가 높아지자 작년 영하 18도로 상향 조정했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가 생산하는 경유의 CFPP는 평균 영하 22도에 맞춰져 있어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문제는 수입 경유가 이 기준을 간신히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겨울 우리나라를 찾는 한파의 위세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당장 전날 중부 일부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수입 경유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수입 경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산 경유는 CFPP가 국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입사들이 별도로 첨가제를 구매해 '블렌딩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입에 의존하는 이 첨가제 가격이 만만치 않아 CFPP를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량 생산으로 규모의 이점을 활용하는 국내 정유사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식경제부는 겨울철 수입 경유 품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CFPP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입 경유의 가격경쟁력 문제가 걸려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 4사의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혁신하고 국내 유통 가격을 더 낮추겠다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수입사 관계자는 "영하 18도 기준으로 블렌딩을 하면 평균 10원 정도 수입 원가가 상승한다"며 "CFPP가 영하 20도 이하로 강화되면 수입사들이 가격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입 경유 유통을 활성화하고자 올 7월부터 수입 경유에 대해 할당관세 면제 등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10월 현재 경유 수입량은 79만2천배럴(약 1억달러)로 올 초에 비해 20배 가까이 늘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파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지만 연료필터 막힘 문제와 관련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아직 없다"면서 "수입 경유 CFPP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 여러모로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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