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두번째 전력 비상경보 '관심' 발령…명동 상가선 혹한에도 '문열고 난방' 영업
초겨울 혹한이 불어 닥친 10일 오전 11시. 쇼핑의 메카 서울 명동거리는 영하 6도였다. 추운 날씨 탓인지 명동 중앙로를 따라 늘어선 50여곳의 매장들 중 두 곳의 화장품 매장을 제외하곤 모두 매장문을 닫고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바로 뒷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사정은 달라졌다. 명동 중앙로에서 바로 뒤쪽 명동4길 골목을 따라 늘어선 40여개 매장 중 절반이 넘는 22개의 매장이 문을 활짝 연 채 전기난방 기구를 가동하고 있었다.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심 상점들이 문을 연 채 난방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문을 열어둔 대부분의 매장은 출입구에 2~6대의 벽걸이형 온풍기를 설치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극명하게 달라지는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들 매장의 평균 온도는 23도. 영하 6도의 바깥 날씨와 30도 가까운 큰 차이를 보였다. 문이 아예 없는 개방형 구조의 G화장품 가게는 매장 입구에 6대의 벽걸이형 온풍기, 가게 안은 1대의 천장형 온풍기, 1대의 스탠드형 온풍기, 2대의 열풍기를 가동해 두터운 외투차림으로 매장에 들어서자 곧바로 등에 땀이 흘렀다.

명동4길의 화장품 가게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한결같이 매장 앞 거리에서 전기스토브 등 전열기구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M화장품 가게의 직원은 “문을 열어둬야 손님들이 한 번이라도 눈길을 준다”며 “문을 닫으면 매출이 뚝 떨어질 게 뻔한데 대책도 없이 문부터 닫으라는 건 무리”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S화장품 가게 직원은 “당장 매출이 걱정이니 벌금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일단 문을 연 채 영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입구에 4대의 온풍기를 설치한 F옷가게의 직원은 ‘내달부터 문을 열어둔 채 난방기구를 가동하면 벌금을 낸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원래 열어두는 게 아니라 아침 청소 때문에 잠시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2시에 다시 찾아간 이 가게의 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지난달 28일 지식경제부는 한파에 따른 난방이 급증,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을 것을 우려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사용제한조치’를 시행했다. 상점 등에서 문을 열고 난방기를 가동한 채 영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전력대란에 대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에도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펑펑 틀어 눈총을 받았던 명동 상권의 전력낭비 습관은 그대로였다.

한편 이날 오후엔 전력당국이 예고한 대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지며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로 전력 비상경보 1단계인 ‘관심’이 발령됐다. 오후 5시24분께 예비전력이 375만㎾로 떨어진 뒤 20여분간 300만㎾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관심’은 예비전력 400만㎾ 미만 상태가 20분간 유지되면 발령된다.

정부는 오전에 기업들에 보조금을 줘 조업을 미루도록 하는 수요관리와 민간 자가발전 가동 등 비상조치로 256만㎾를 확보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지훈/조미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