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1일, 서울 5일 등 사립유치원 같은날 추첨 많아

'밤샘 줄서기'가 비일비재하던 유치원 선착순 모집의 폐단을 없애려고 도입된 추첨제가 또 다른 '줄서기 폐단'을 낳고 있다.

상당수 유치원의 추첨일이 겹치는데다가 당첨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최악에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 학부모가 많다.

이들은 추첨일에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유치원 여러 군데에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추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치원 업계는 '추첨으로 바꾼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공정한 선발'…선착순 금지 = 그동안 인기 사립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부모들이 친척을 동원하고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며칠씩 줄을 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9월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국ㆍ공ㆍ사립 유치원에 선착순 모집과 유치원 재원생 학부모의 입학생 추천을 금지하는 내용의 '유치원 원아모집 관련 권고사항'을 안내했다.

선착순 입학생 선발, 학부모 추천 입학, 교직원 자녀 우선 선발 등은 불법으로 간주해 적발 시 지원금 삭감과 정원감축 등 제재를 받는다.

이는 개정 유아교육법 시행령이 9월 시행되면서 내린 조치다.

시행령 15조는 유치원 유아는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첨해도 '줄서기' 되풀이 = 경기도 사립유치원들은 1일 일제히 입학 추첨식을 했다.

서울은 5일에 추첨을 하는 사립유치원이 많다.

같은 지역 유치원들이 대부분 같은 날 추첨을 하다 보니 동시에 여러 유치원의 추첨에 참석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다.

한 학부모는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유치원들의 추첨 날이 같은데 그 추첨 날도 평일 오전이어서 둘째 안고, 남편은 휴가 내고 미친 듯 추첨에 뛰어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불법 원아모집을 없애는 목적으로 추첨제도를 시행하는데 어떻게 모든 유치원이 추첨일이 같을 수가 있느냐"며 유치원 간 담합을 의심했다.

임장혁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작년에 밤새서 줄 선 유치원은 올해도 경쟁률이 높다"며 "줄서기는 한 군데만 했지만, 올해는 한군데만 지원하면 불안하니 여러 군데를 지원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첨일이 유치원마다 다르면 인기 유치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임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유치원 간 경쟁률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정원을 못 채워 추첨이나 선착순이 의미가 없는 유치원도 상당수다.

◇유치원 공급 부족이 문제 = 수요보다 유치원 수가 부족해 원아 선발 방식과 상관없이 유치원 입학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내년에 유치원 취원 대상인 만3~5세 인구는 140만여명. 그러나 유치원 수용 인원은 공립 13만명, 사립 48만명 등 총 61만여명이다.

어린이집에서는 62만여명을 수용한다.

특히 아동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취원 대상 아동 3명 중 1명 만이 유치원에 다닐 수 있다.

또 내년 만 3~5세 누리과정 확대시행을 앞두고 유치원에 아이들이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

만 5세 누리과정이 도입된 올해는 지난해보다 유치원 취원 아동이 4만여명 늘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서비스 보조금을 정부가 제공하면 사립유치원 서비스 구매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라며 "누리과정 확대시행으로 2013학년도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이 4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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