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검사생활 마무리

지난달 30일 사퇴 발표를 한 한상대(53) 검찰총장이 3일 29년간의 검사 생활을 접고 공직을 떠났다.

한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내부 적과의 전쟁에서 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종북ㆍ좌익 세력과의 전쟁, 부정부패와의 전쟁, 내부 적과의 전쟁 등 3대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한 총장은 종북ㆍ좌익 세력, 부정부패와의 전쟁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 뒤 "저에게 가장 어려운 싸움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오만과의 전쟁이었다"고 털어놨다.

한 총장은 "감찰을 강화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나름대로 많은 제도개혁을 했지만 이 전쟁은 고뇌와 고난, 오해와 음해로 점철된 끊임없는 전투, 처절한 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환부를 도려내면 다시 돋아나고, 적을 물리치면 또다시 물릴 듯 다가왔다"며 "결국 저는 이 전쟁에서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한 총장은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초일류 검찰을 위해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과도한 힘을 바탕으로 한 오만ㆍ불손함을 버리고 국민을 받드는 사랑과 겸손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한 총장은 그간 대검에서 자신을 도와주고 보좌해준 몇몇 직원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이제 자유롭고 여유로운 꿈의 항해를 떠난다"는 한 총장은 그 항해가 "쓸쓸하지만 평온하고, 외롭지만 낭만이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퇴임사를 마친 한 총장은 직원들과 악수했으며, 최근 갈등을 겪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과도 인사했다.

서울 출신으로 고대 법대를 나온 한 총장은 1983년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8월 제38대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