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받는 사람이 들어올 때 한 번, 목소리에서 또 한 번 진실성과 자신감을 본다.”(장동철 현대자동차 인력운영실 이사)

“면접 때 답보다는 그냥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김흥식 LG생활건강 인사개발실 상무)

“SSAT(삼성직무적성검사) 언어영역의 고사성어는 신문을 통해 공부하는 게 좋다.” (나기홍 삼성전자 DMC연구소 상무)

“기업 내 똑같은 재능이 두 개 있는 건 낭비다. SK는 전문가형 인재를 선호한다.”(임민철 SK이노베이션 인사팀 실장)

역시 인사담당 임원들은 예리했다. 구체적이면서도 정곡을 찔렀다. 지난달 29일 삼성·현대차·LG·SK 4대그룹 인사담당 임원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4대그룹 인재전략을 듣는다’는 주제로 서강대서 열린 잡토크콘서트에서 네 명의 임원들은 ‘자기소개서 쓰기-인적성검사-면접-입사’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동안 경험하고 느낀 것을 털어놓았다. 4대그룹 인사담당 임원과 학생들이 나눈 대담을 정리했다.

Q: 짧은 면접 시간 동안 인재를 어떻게 알아내나.

-김 상무: 여학생의 경우 스터디를 통해 달달 외운 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나는 ‘그런 답보다는 본인이 진짜 생각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요구한다. 왜 지원했는지, 어떤 성과를 이루고 싶은지 진솔하게 답해줬으면 좋겠다.

-장 이사: 한 가지 면접팁을 주자면 똑같은 답이라도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은 다르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면접자가 들어올 때 한 번, 목소리에서 한 번, 이렇게 두 경우를 통해 진실성이 있는지, 자신감이 있는지 판단한다.

-나 상무: 습관이 하나 생겼다면 대면면접에서 답변을 들을 때 면접자의 눈을 유심히 응시한다. 째려본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러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눈을 돌리더라.

-임 실장: 힌트가 있다면 면접 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시련을 겪었고 어떻게 해석했고 어떤 걸 느꼈는지’ 한 시간 동안 추궁한다. 이때 시련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건 피해야 한다.

Q: 최근 케이블 채널의 ‘슈퍼스타 K’ 출연자 중 로이킴과 정준형이 주목을 받았다.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확장형 인재’인 로이킴과 자기분야에 몰입하는 ‘집중형 인재’인 정준영 중 어느 사람을 뽑겠는가.

-임 실장 : SK는 전문가형 인재를 선호한다. 사람을 채용하는 건 재능을 채용하는 것이다. 기업 내에서 똑같은 재능이 두 개 있는 건 낭비다. 입사 지원할 때 모든 재능을 어필하지 말고 가장 내세울 만한 한 가지를 어필하는 게 좋다.

-나 상무 : 로이킴 스타일은 어디에 내놔도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또 성실하고 진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정준영은 타협은 안 하는 대신 자신감이 있고 주관이 뚜렷하다. 이 둘 중에 한 명을 뽑으라면 채용을 늘려서라도 둘 다 뽑겠다.

Q: 스펙은 부족해도 면접에서 눈에 띄어 뽑은 경우가 있나.

-장 이사: 면접 때 아주 편한 질문도 가끔 하는데 이게 함정이다. 여기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복하려면 뭐가 필요하나?’라는 질문에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잘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 지원자가 있었다. 저 정도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뭘 시켜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에 뽑았다. 대부분은 내가 아닌 외부 요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스펙만 믿는 사람은 그것이 전부인 줄 아는 경우가 많아 절대 뽑지 않는다.

-김 상무: 우리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인천의 모 대학 건축학과 졸업생이 있었다. 이 지원자는 가정이 어려워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동안 중장비기사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달리 보였다. 대부분은 그냥 일당만 받고 말았을 텐데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의미 있는 걸 찾을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Q: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로 4년도 부족하다. 한 우물만 파는 ‘돌직구’ 형이 좋은가, 다양한 경험을 한 ‘너클볼’ 형이 좋은가.

-임 실장: 요즘 신입직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들에게 푹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센스는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 이게 중요하다. 대학시절을 게을리 보내지 않는다면 이처럼 다양한 사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김 상무: 난 반대다. 돌직구로 대학 4년, 남자는 군대 2년까지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신입 채용 때 학점을 보지만 단순히 높아서 좋은 게 아니라 얼마나 성실히 공부했는지가 중요한 거다. 어떻게 자기를 효과적으로 준비했느냐가 포인트다. 하지만 세일즈 같은 직무는 다양한 경험으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인턴, 아르바이트 경험을 많이 한 너클볼 형도 뽑는다.

Q: 인적성검사 노하우가 있다면.

-장 이사: 있는 대로 봐라. 뭐 저런 답이 있나 하겠지만 개인의 인성을 하루에 바꿀 수는 없다. 기업에 맞는 사람을 뽑는데 억지로 맞추려고 하면 거짓말 했다는 답변이 나온다. 무조건 있는 대로 써라. 적성은 다양한 영역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이 영역에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이 있어야 같이 일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기 위해 치른다. 서점의 책을 보고 이런 유형으로 나오는구나 정도로만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나 상무: SSAT는 신입사원을 선발하기 위한 그들의 능력, 자질을 유용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팁이 있다면 적성검사는 평상시 준비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적성검사 중 언어영역에 고사성어가 나오는데 보통 학생들은 시험 한두 달 전 매일 몇 백 개를 집중적으로 암기한다. 이것보다는 신문을 통해 그 속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평상시에 공부하는 게 좋다.

이도희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tuxi0123@jobn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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