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태 양호‥"가족 생각에 끝까지 버텨‥모두에 감사"
강감찬함, 선원 인계한 뒤 아덴만 해역 복귀

유현민 특파원·우만권 통신원 =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1년7개월여만에 풀려난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MT GEMINI)'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3일 오전 8시 5분께(이하 현지시간) 케냐 몸바사에 무사히 도착했다.

582일이라는 `최장 피랍' 기록을 세우고 지난 1일 풀려난 이들은 전날 오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청해부대의 강감찬함에 승선, 이틀 남짓 만에 이날 케냐 땅을 밟았다.

선장 박현열씨와 기관장 김형언·항해사 이건일·기관사 이상훈씨 등 4명은 장기간 피랍 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박씨는 몸바사 외항 부두에서 기자들과 만나 "석방 협상을 주도한 선사와 이를 측면 지원한 정부, 관심을 기울여준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면서 "특히 청해부대 대원 모두에 이 자리를 빌려 사의를 표한다"며 석방 소감을 대신했다.

항해사 이건일씨는 "가족들 생각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고 기관사 이상훈씨는 "체중은 10㎏ 정도 줄었다"면서도 "큰 질병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기관장 김씨는 "1일 날씨가 안 좋아 석방될 수 없을 것 같았다"면서 "청해부대 헬기의 태극마크를 보는 순간 `이제는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긴박했던 당시 순간을 선했다.

몸바사항에는 이영호 심의관이 이끄는 외교통상부 신속대응팀 3명과 김찬우 주케냐 한국대사를 비롯한 대사관·싱가포르 선사 관계자 등이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선원들은 현지에서 선사 측이 마련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며 건강 검진 등을 받고 나이로비로 이동, 4일 오전 10시30분 대한항공 직항편으로 귀국길에 오른다.

이들은 5일 새벽 인천공항 도착 후 간단한 기자회견을 열고 귀국 소감 등을 밝힌 뒤 자신들의 집이 있는 부산 등으로 곧바로 내려갈 예정이다.

선장 박씨를 비롯한 4명은 지난해 4월30일 케냐 해역을 지나던 중 몸바사항 동남쪽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피랍 당시 선박에는 한국인 외 인도네시아인, 미얀마인, 중국인 등 모두 25명이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 선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은 선사측과 해적간 협상으로 지난해 11월30일 선박과 함께 풀려났다.

한편 강감찬함은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선사 측에 선원들을 무사히 인계한 뒤 이날 다시 아덴만 해역으로 복귀한다.

(몸바사<케냐>=연합뉴스) hyunmin623@yna.co.krken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