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 왜 제도를 걸고 넘어지면서 꼼수를 부리는지 몰라.”

심재륜 변호사(사진)의 직설적인 화법은 여전했다. 심 변호사는 1997년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발탁되자 한보철강 불법로비 사건을 맡았다. 그는 “중수부장은 국민이 뽑아준 것”이라며 현직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구속하는 강단을 보였다. 존폐위기에 몰린 대검 중수부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예상대로 심 변호사는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수부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누굽니까.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부패한 기업가들 아닙니까. 일반 서민들은 중수부와 무관해요. 오히려 중수부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중수부가 수사를 잘못하면 검찰총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중수부는 아무 때나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다. 돌아가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수부 폐지를 언급했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 대해 그는 “한 전 총장은 수사전문가가 아니라서 말할 자격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수부 폐지의 대안으로 제기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선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수사처의 친위세력이 검찰 내부에서 청와대로 바뀌는 변화밖에 없는 데다 비전문가들이 수사를 지휘하기 때문에 수사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기능을 부패방지위원회로 이관하는 대신 그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한 정치권의 제의를 뿌리친 일화도 있다. 그는 “검찰개혁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쇄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대통령에게서 독립돼 있듯이 검찰총장을 대통령 입김 없이 뽑을 수 있도록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검찰총장이 외압을 막아주면 중수부장이 (부패일소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큰 일을 할 수 있어요. 사람이 중요한 것이지 지금 관련 제도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나도 인천지검장을 하다가 갑자기 중수부장이 됐는데 다 하기 나름입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