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분산ㆍ인사개혁 핵심…당분간 물밑작업 속 표류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자신이 마련한 검찰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그냥 사퇴함에 따라 검찰개혁 문제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특히 며칠 사이 초유의 검찰총장-중수부장 충돌 사태로 검찰이 극심한 혼란상을 경험해 검찰의 자체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한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 총장이 나름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개혁안 발표 역시 무산돼 검찰개혁은 리더도, 방향타도 없이 일정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검란(檢亂)'으로 불린 검찰의 내분사태로 인해 검찰이 스스로 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낮다는 안팎의 지적도 제기됐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결국 검찰개혁은 당분간 물밑 논의만 전개되는 가운데 사실상 차기 정부가 구성돼야만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논의될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로 볼 수 있다.

이는 검찰권에 대한 합리적 통제와도 직결된다.

핵심과제를 추진할 수단으로는 ▲검찰의 막강한 수사권을 상징하는 기소독점ㆍ편의주의 재검토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인사제도 개선 ▲자의적 검찰권 행사를 견제할 상설특검제ㆍ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도입 등이 거론된다.

우선 검찰이 기소 권한을 부당하게 쓰거나 그 반대로 기소해야 할 사안을 그냥 덮는 등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데 대한 견제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검찰은 특정 사안에서 무리하다는 비판을 무릅쓰면서도 기소하는 사례가 있었던 반면 일부 정치적인 사안에서는 부실수사로 일관한 채 불기소 처분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는 결국 임의로 사건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검사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검찰의 구속수사 관행에 따른 피의자 인권보장 확대 방안도 그동안 줄곧 거론된 주제다.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권한 또한 수사개시권 못잖게 검찰의 강력한 힘으로 인식돼온 만큼 구속영장 발부 단계부터 적부심, 구속 취소 등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다양한 인권 보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권의 입맛에 따라 특정 인맥이 검찰의 요직을 장악하는 인사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인사위원회' 강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개혁작업은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검토를 거쳐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의 권한 분산과 견제도 중요하지만 법질서 유지ㆍ확립을 위한 수사력 강화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몇 차례 사법개혁 논의에서도 항상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수사력 강화'와 `피의자의 인권 보호 강화'라는 두 이념을 조화롭게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 개혁 논의는 형사소송 전반의 손질을 의미하는 만큼 1차적으로는 검찰 개혁이 당면 과제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법부까지 아우르는 큰 틀의 `법조 개혁' 논의가 차기 정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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