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실서 고성도…특수부 검사들이 사퇴압박 주도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해 29일 오전 대검찰청의 검사장급 간부와 중간간부들이 잇따라 용퇴를 건의하면서 검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지휘 체계가 일시 와해되는 듯한 모습까지 비쳐졌다.

이날 오전 9시께 대검에서는 최재경 중앙수사부장을 제외하고 채동욱 차장을 비롯한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총장을 면담하고 용퇴를 건의했다.

이어 대검의 기획관(차장검사급)과 과장(부장검사급)들, 연구관(부부장ㆍ평검사)들이 연이어 총장실을 찾아가 퇴진 건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도 한 총장이 정오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총장실로 찾아가서 사퇴를 요구하기로 하는 등 한 총장에 대한 검찰 내부의 퇴진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이날 대검 간부들이 용퇴를 건의하는 과정에서 총장실에서는 한때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검사장급 간부들이 총장실을 방문했을 때에는 한 총장이 채동욱 차장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청해 채 차장은 총장실 밖으로 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 대한 대검의 입장 표명도 대변인을 중심으로 한 공보 체계가 아니라 차장검사가 대검ㆍ지검의 특수부 부장검사를 통해 전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채동욱 차장은 서울지검 특수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을 거쳤으며 재직 당시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사건 수사의 실무를 지휘했다.

최재경 중수부장과 함께 검찰의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다.

이와 관련, 현직검사 뇌물비리, 검사 성추문에 이어 사상 초유의 중수부장 감찰 등 일련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검찰의 내부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수부장을 정점으로 하는 특수부 검사들은 중수부 폐지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SK 최태원 회장의 횡령 사건에서 최저 형량을 구형토록 지시한 의혹, LIG 그룹 비자금 수사에서 그룹 오너 일부를 불기소 처분토록 지시한 의혹 등을 문제삼고 있다.

이들의 반발 분위기에는 한 총장이 취임한 이후 `상의하달식 수사'가 잦아져 특수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김준규 총장 시절에는 특수ㆍ비특수 검사의 인사 교류 및 서울ㆍ지방의 교류 차원에서 특수부 검사를 대거 다른 자리로 보내고 특수 경험이 적은 검사들을 특수부에 배치한 적이 있었지만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로 끝난 적이 있다.

형사부ㆍ공안부 검사들과 법무부의 행정.기획 업무 검사들은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원만히 수습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특수부 검사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한발짝 떨어진 상태에서 대검의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현 상태가 하루빨리 원만히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모든 검사들의 의견이 일치할 것"이라며 "다만 대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를 보는 방법론에는 다소 간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송진원 기자 zoo@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