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개혁총장' 이미지에 집착
중수부장과 반목 `패착'으로 귀결

검찰 내부의 용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던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사표를 내기로 결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 총장은 28일 핵심 참모이자 특수수사 사령탑인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전격 감찰을 지시한 이후 최 부장이 정면 반발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잇단 검사 비리로 인한 검찰의 위기 속에 한 총장은 그렇지 않아도 퇴진론이 제기되는 등 입지가 흔들리던 중이었다.

감찰 발표 이튿날인 29일 오전 대검 중수부장을 빼고 채동욱 차장을 비롯한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용퇴를 건의했지만 한 총장은 일단 거부했다.

그러나 대검의 기획관(차장검사급)과 과장(부장검사급), 연구관(부부장ㆍ평검사)들도 줄지어 자진 사퇴를 건의하자 결국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 총장은 검사들의 `릴레이 방문'에 이대로 더 있기는 어렵다는 상황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국민의 걱정이 크니 장관을 중심으로 잘 수습하라"고 지시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즉 검찰 수장으로서 쫓기듯 떠나기보다는 향후 검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개혁안을 발표하고 퇴진 카드를 던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획ㆍ수사 분야를 두루 거치며 `제도 개혁' 분야에 경력을 쌓은 한 총장 본인의 이력도 마지막까지 `개혁안 발표'에 매달리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법무연수원 기획과장 시절 당시 박상천 장관 지시로 후배 검사들과 함께 수사기법을 집대성한 보고서를 작성해 전 검찰에 배포했다.

이어 전국 수석부장검사인 중앙지검의 형사1부장으로 일했고 법무부 법무실장ㆍ검찰국장을 거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과 사법개혁 작업의 최일선에서 역할을 맡았다.

결국 검찰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개혁 총장'으로서 역할은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 등을 놓고 조직에서 신망이 두터운 최재경 중수부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결과적으로 `패착'을 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많다.

자신의 최측근이자 검찰 수사의 상징인 특수(특별)수사의 야전 사령관 격인 최 중수부장과 `총구'를 겨눠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안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보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성급한 발표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한 총장이 재임하는 기간 내곡동 사저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에 대해 검찰의 부실수사로 비난을 받은 데다 SK 최태원 회장 구형량 결정, LIG그룹 회장 일가 사법처리 수위결정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총장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쨌건 개혁안 발표와 사표 제출이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한 총장은 역대 검찰총장 중 가장 시끄럽고 어수선한 상태로 물러나게 될 저지에 놓였다.

한 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퇴 결심과 관련, "어차피 그렇게 하려던 것"이라며 "내 개혁안에 대한 신임을 묻기 위해 (개혁안을) 발표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