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검사' 김광준 구속…또 고개숙인 검찰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등에게서 9억여원의 청탁성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를 받고 있는 김광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51·사진)가 19일 구속 수감됐다. 2000년대 들어 현직 검사 신분에서 구속된 경우는 김 검사가 처음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김 검사의 구속 직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를 맡은 이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김 검사의 지위와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에 대해 지난 13, 14일 이틀 동안 고강도 수사를 하고 15일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임검사팀에 따르면 김 검사는 2008년 유진그룹 등에서 6억원, 조씨 측근 강모씨에게서 2억4000만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재직 당시 국정원 직원 안모씨 부부에게서 기업인 협박사건 무마대가로 5000만원, KTF 납품비리사건 개입 대가로 이 회사 임원에게서 마카오 여행 경비 2000만원 등을 받은 혐의다.

김 검사의 구속이 결정된 직후 한 총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부장급 검사가 거액 금품비리 수수로 구속된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들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죄를 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향후 특임검사의 수사 결과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국민들의 엄중하고 준엄한 비판과 질책을 받겠다”며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겸허한 자세로 전향적인 검찰 개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 1999년 대전법조비리 파문 때도 당시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특임검사팀은 이날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없이 추가로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가 부산지역 사업가 최모씨의 운전기사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개설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 또 김 검사가 2006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 지역 건설업체 S사 부회장 등에게서 남양주 마석지구 아파트 분양권과 금품·향응 등을 제공받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특히 남양주 지역을 기반으로 부동산·사채업을 하는 김모씨와 이 지역 골프장을 수차례 드나들며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지역 고위 공무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김 검사와의 친분을 여러차례 과시하는 등 사실상 김 검사의 ‘스폰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김 검사와 관련한 의혹을 확인하는 대로 당시 함께 근무했던 검사와 수사관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며 “김 검사에 대한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될 경우 뇌물 등 금품 수수액은 10억원을 넘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은 서울과 대구, 의정부 등 김 검사가 거쳐간 근무지마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를 전국 규모로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검찰의 수사와 별도로 4조원대 사기를 저지른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씨의 은닉 자금을 추가로 추적하기로 했다.

장성호/이고운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