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충북 청원군 미동산수목원 내 목재문화체험장에서 목혼식(木婚式)이라는 다소 낯선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결혼 5년차 부부 29쌍은 이날 목혼식에서 지난 5년간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고 푸른 나무처럼 변치 않을 사랑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들은 목재로 의자와 원형테이블, 미니책장 등을 직접 만들어 서로 선물로 교환했다. 목혼식은 서양 풍속에서 결혼 5주년을 기념하는 의식으로, 부부가 서로 나무로 된 선물을 주고받으며 다시 혼례를 치르는 행사다.

이날 목혼식은 산림청이 올해부터 5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목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아이러브 우드(I LOVE WOOD) 캠페인’의 하나로 기획된 첫 행사다. 김용하 산림청 산림자원국장은 “부부가 함께 가구 만들기 등을 통해 나무의 가치와 소중함을 배우고 더욱 깊은 사랑을 갖는 기회가 될 것”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와 고유가 등으로 목재의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목재를 활용한 행사와 제품이 개발되면서 시장도 창출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군과 강원도 화천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목재 부산물을 활용한 목재펠릿 제조시설을 준공하고 산업용·가정용 목재펠릿을 만들어 팔고 있다. 또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을 비롯 전통한옥기능경기대회, 목재과학올림피아드 등 목재 관련 전시회 및 대회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일반 가정에서 목재를 이용한 생활소품, 우드블록, 아이방 꾸미기 등도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목재 이용을 탄소계정에 포함시키면서 목재 활용은 탄력을 받게 됐다. 나무를 심고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베어낸 목재를 이용한 산업도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산림청도 이에 발맞춰 내년 5월부터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기로 하는 등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목재의 이용 확대를 위한 내용이 담겼다. 또 목재 이용에 관한 계획을 5년 단위로 세우고 산림청 산하에 목재문화진흥회와 목재이용위원회를 운영한다.

산림청은 또 2016년까지를 ‘목재산업진흥기간’으로 정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안정적 국산재 공급 △목재산업 경쟁력 제고 △목제품 이용 활성화 △목재산업 진흥기반 구축 등을 추진전략으로 삼았다.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불량임야 6만㏊를 경제수종으로 바꾸는 사업도 병행키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젠 목재 생산을 준비해야 할 적기”라며 “식목은 좋고 벌채는 나쁘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