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가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차명계좌를 통해 유진그룹 등 대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50분께 특임검사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부지검에 출석했다. 바바리코트를 입고 포토라인에 선 김 검사는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검사는 결연한 표정이었지만 “현직 검사로서 검찰에 조사받으러 온 심경이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이를 앙다무는 모습도 보였다. 포토라인에 한참을 서 있던 그는 시민단체 활빈단의 홍정식 대표가 “부패한 돈벌레 검사 자폭하라”고 외치며 소란을 피우자 서둘러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를 상대로 △유진그룹 오너 일가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 △KTF로부터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에게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유진그룹 주식에 투자한 혐의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이르면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김수창 특임검사(50)는 지난 주말 김 검사와 함께 미공개 정보로 주식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검사 3명에 대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임검사 측은 김 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진그룹 측과 해외여행 제공 의혹이 일고 있는 전 KTF 임원들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추가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김 검사가 2010년 돈을 받고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씨가 공갈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고 김씨를 무혐의 처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