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경고에 검·경 '이중수사' 갈등 봉합
김황식 국무총리는 13일 현직 부장검사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정면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온 것과 관련, “검·경이 수사 갈등으로 계속 충돌할 때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맹형규 행정안전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따로 불러 검사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검·경의 ‘이중 수사’ 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라”며 “이 같은 내용을 검찰, 경찰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의 발언은 수사를 시작한 경찰의 입장은 존중하되 최근 이중 수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수사 개시·진행권이 인정됐지만 양대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할 경우 검찰은 경찰에 대해 사건 송치 지휘를 할 수 있다.

김 총리의 이날 발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부장검사급)에 대한 수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사태가 커지자 국무총리실이 책임을 지고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말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도적으로 중재,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김 총리는 국무회의가 끝난 뒤 맹형규 장관과 권재진 장관에게 의견을 묻고 “국민의 실망이 매우 크다”며 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강조했다.

김 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서자 평행선을 달리던 검·경의 ‘이중 수사’ 갈등은 외형적으로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검찰이 먼저 ‘검경 수사협의회를 15일 열자’고 경찰에 제안했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수사협의회는 검찰과 경찰 쪽에서 각각 3명씩 참가해 비공개로 열린다.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은 “검사 수뢰 사건에 대한 본질은 수사인데 검·경 수사권 분쟁으로 비쳐지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를 불식하고 양 기관이 상호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찰은 특임검사팀이 수사하고 있는 김 부장검사의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부장검사가 특정 사건에 부당 개입한 의혹 등 특임검사팀이 수사하지 않는 혐의는 따로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대검찰청도 검·경 수사협의회를 열어 허심탄회하게 수사 상황을 논의하자는 뜻을 경찰에 전달,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검·경 수사협의회는 이전에도 네 차례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별다른 수확 없이 끝났다. 외부의 질책을 의식한 봉합이라 언제든지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우섭/조수영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