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거부로 영장 무용지물…특검팀 사실상 빈손으로 발길 돌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립고궁박물관 건너편 금융감독원 연수원 건물 앞.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 소속 이헌상 부장검사가 탄 승용차와 특별수사관인 권영빈·서형석 변호사가 탑승한 은색 스타렉스 차량이 잇따라 도착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비장한 표정이었다.

특검팀이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한 영장 집행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40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을 출발했다.

각 언론사 취재차량이 속도를 내 이들의 뒤를 쫓았다.

건물 입구를 굳게 지키고 있던 경찰은 특검팀 소속 차량 번호가 맞는지 확인한 뒤 철문을 개방했고, 특검팀 팀원 5명은 차에 탄 채로 곧장 연수원 안으로 진입했다.

청와대 경호처 측은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로 협의한 제3의 장소인 이곳에 미리 도착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사저부지 매입계약 자료 등을 가져다 놓은 상태였다.

특검팀은 우선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조건을 준수하기 위해서였다.

특검팀원들은 제출받은 자료를 한참 검토하더니 '이런 자료로는 미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대통령 아들 시형(34)씨가 지난해 5월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파일이나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여러 차례 조작된 흔적이 있는 부지매입 계약서 등 의혹 규명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자료는 대부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특검팀이 이윽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테니 응해달라'고 청와대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관계규정을 들어 압수수색을 승낙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한 이 규정에는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해당기관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못박고 있다.

별달리 손을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지 못한 특검팀원들은 결국 사실상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법원으로부터 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연수원 건물에 도착한 지 1시간30여분만인 오후 3시35분께 어두운 표정의 이헌상 부장검사를 태운 승용차가 연수원을 빠져나왔다.

잇따라 걸어나온 서형석 공보담당 특별수사관은 취재진에게 "오늘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불능이 됐고 절차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되돌아온 특검팀원에게 취재진이 '어떤 자료가 미확보된 것인가', '다른 방법은 없나'라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