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원본파일 등 확보 못해…특검수사 차질 예상
靑에 비난여론 일듯…김윤옥 여사는 서면조사키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이 12일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 측이 임의제출한 자료를 받기는 했으나 이외에 다른 자료를 확보할 수 없게 돼 이번 수사의 결론을 도출하는 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청와대 측이 특검의 강제수사를 회피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34)가 큰아버지인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서 현금 6억원을 빌리기 위해 청와대 컴퓨터로 작성했다고 진술한 차용증 원본파일 등을 제출해달라고 청와대 측에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거부로 끝내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이헌상 특검 파견검사와 특별수사관인 서형석·권영빈 변호사 등 특검 수사팀 5명은 이날 오후 1시40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을 출발, 청와대 측과 제3의 장소로 조율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오후 2시 도착했다.

특검팀은 금감원 연수원에서 일단 임의제출 형식으로 사저부지 매입계약 등과 관련된 청와대 경호처 자료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영장에 기재된 조건에 따라 강제 압수수색을 하기에 앞서 이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특검팀은 한 시간가량 자료를 제출받고 검토한 결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고 통보했으나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관계규정에 따라 이를 승낙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오늘 압수수색은 집행불능이 됐고 절차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이 내세운 관계규정은 형소법 110조(군사상비밀과 압수), 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거나 공무원이 소지·보관할 물건 중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는 소속기관 또는 감독관청의 승낙없이 압수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들 조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기관이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붙어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압수수색 승낙에 관한 법규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해 특검의 강제수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임의제출한 자료 가운데 차용증 원본 파일을 비롯해 청와대 총무기획관실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이 대통령 명의로 작성된 사저부지 내 건물 철거 계약서 등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원하는 자료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그동안 청와대 자료를 여러 차례 제출받았으나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제출받지 못한 문건이 있어 지난 9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애초 시형씨가 현금 6억원을 보관한 장소라고 진술한 청와대 관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이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일반적인 압수수색은 영장을 제시하고 강제적 수색과 압수절차에 들어갈 수 있지만 (청와대는) 사실상 그런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서면조사하기로 했다.

김 여사는 자신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시형씨가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부지매입자금 6억원을 대출받은 것과 관련된 참고인 신분이다.

특검팀은 "방문조사와 서면조사 등을 조율하다가 조사 필요성과 영부인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서면조사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날 김 여사 측에 서면질의서를 보내거나 청와대 측으로부터 김 여사의 답변서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김동호 기자 kind3@yna.co.kr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