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에 사는 주부 정모(33) 씨는 지난주 딸(5) 유치원으로부터 오는 31일 할로윈데이 행사가 있으니 독특한 의상을 입혀보내라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며칠전부터 호박의 눈을 만들고 입을 만들었다는 아이의 말에 그런가보다 했던 정 씨는 '할로윈데이 행사'라는 생소한 문화에 대해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들에게 사정을 물어봤으며 다들 비슷한 상황이었다.

예전에는 서울 강남 일부 영어유치원 등을 중심으로 열리던 할로윈 행사가 최근에는 일반 유치원 및 영유아를 대상으로하는 어린이집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유치원 엄마들 사이에서는 예쁜 할로윈의상을 구해 아이를 돋보이게 하려고 경쟁이 치열했다.

잠원동에 사는 주부 박모(34) 씨는 지난해 마트에서 급히 사느라 허접한 꿀벌 의상을 입혀 아이가 속상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올해는 외국 디즈니 쇼핑몰에서 직구를 통해 큰맘 먹고 백설공주 드레스를 주문했다. 드레스와 망토, 머리띠에 가방까지 구입하느라 든 비용은 배송비까지 15만원을 훌쩍 넘겼다.

오픈마켓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할로윈 의상은 대략 3만원대에서 7만원대까지 다양했다. 여기에 여자아이들의 경우 왕관이나 왕관봉까지 추가로 구입하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났다.

정 씨 또한 신데렐라 드레스와 호박장식, 왕관까지 약 1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할로윈데이 (Halloween day)는 ‘모든 성인의 날’인 11월 1일의 바로 전날인 10월 31일을 ‘모든 성인의 날 전야’ 대신 이르는 말이다. 서양 사람들은 이날 밤에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되살아난다고 믿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어린이의 축제일로 유명한데 이날에는 어린이들이 귀신 복장을 하고 할로윈의 상징인 호박을 들고 다닌다.

정 씨와 박 씨 모두 "왜 우리나라에서 이런 외국 풍습을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렇다고 우리아이만 준비를 안해갈 수도 없고 솔직히 자주 입지도 않을 옷을 사자니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아동용 핼러윈 관련 상품 매출은 매년 30% 이상 꾸준히 증가했다. 올 해 10월의 경우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매출이 48.3% 이상 증가했다. 인터넷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아동용 할로윈 상품 매출은 지난 주(8~16일)에 비해 142% 넘게 증가했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행태에 대해 "이젠 하다하다 할로윈데이까지 챙기네" "그럴 시간에 삼일절이나 정월대보름 등 우리풍습을 아이들에게 심어줬으면 좋겠다" "요즘 애들은 대보름이나 한식은 몰라도 할로윈은 다 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