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이라도 있었으면 어쩔 뻔했나요?"

23일 낮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2학년 딸을 기다리던 이모(36·여)씨는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이 학교에서 20대 남성들의 무더기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모(21)씨 등 20대 남성 14명은 무리를 지어 다른 남성 4명을 집단 폭행했다.

대전의 모 폭력조직 추종 세력인 이들은 지난달 24일 오전 6시40분께 서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뒤편에서 다른 폭력조직의 추종 세력 A(25)씨 등 4명에게 발길질하고 주먹을 휘둘러 전치 2∼6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는 이씨는 "새벽 시간대라 아이들의 눈에 띄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곳에서 만난 시민 윤모(53)씨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 어느 학교인지는 모르겠으나 초등학교 대부분이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며 "최근 서울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도 있었던 만큼 보안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인이 중학교 교사라는 그는 "특히 학생이 없는 시간대 학교 내부와 건물 주변은 보안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부인에게) 많이 들었다"면서 "교직원이 아무리 순찰을 해도 넓은 학교에 사각지대는 있게 마련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학교 자녀를 둔 김수영(43·여)씨는 "아무리 학교가 개방돼 있어도 폭력행위가 쉽게 이뤄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의 한 관계자는 "주민에게 운동장을 개방해 놓은 상황에서 이런 불상사를 막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출입 통제를 비롯한 전반에 대해 철저히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 둔산경찰서는 폭행을 주도한 김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가담했던 또 다른 김모(22)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