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김서현 씨(37)는 아이 옷 때문에 항상 고민이었다. 세 살짜리 외동 아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매번 옷을 새로 사야 해서다. 경기 불황으로 한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못 입는 옷을 물려줄 지인도 없어 매번 헌옷 수거함에 옷을 넣어야 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아동복 교환 사이트 ‘키플’을 발견했다. 내 아이가 못 입는 옷들을 모아 ‘꾸러미’로 보내면 그 수만큼 다른 아이의 옷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 옷을 상자에 넣어 착불 택배를 이용해 업체에 보내면 상자를 받은 업체에서는 종류, 품질, 트렌드 등 항목을 나눠 옷을 평가한다. 운영진의 평가 결과가 나오면 기증자는 가상화폐인 ‘키플머니’를 받아 다른 아동복을 구매할 수 있다. 비용은 배송료 4000원, 수수료 8000원이 전부다. 올해 1월 만들어진 이 사이트에서 교환이 이뤄진 옷은 8000여벌. 회원 수는 2300여명에 이른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과 부동산을 서로 바꿔 쓰거나 함께 사용하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지칠 대로 지친 20~30대가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기치로 내걸고 확산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소유’보다 ‘공유’라는 새 ‘머니 코드’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협력적 소비를 위해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업체’는 국내에만 30여곳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선발업체들을 벤치마킹해 작년 말부터 문을 열었다. 협력적 소비 대상은 의류, 자동차, 주택 등 다양하다.

지난 5월 사이트를 개설한 ‘비앤비히어로’는 미국 ‘에어비앤비’처럼 집과 방을 공유할 수 있도록 중개해준다. 집을 비운 사이 다른 사람이 들어와 지낼 수 있도록 하거나 평소에 남는 방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사이트를 연 지 5개월 만에 1000여개의 방을 확보했다.

작년 10월 출범한 자동차 공유 업체 ‘그린카’의 회원은 4만명에 달한다. 이 업체는 미국 ‘집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24시간 기준으로 차를 빌려주는 렌터카와 달리 30분 단위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시간에 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최저 2750원(경차, 주중 이용 기준)이다.

이 밖에 개인에게서 정장을 기증받아 취업 준비생들에게 대여해주는 ‘열린옷장’, 작업 공간을 함께 쓰는 ‘코업’ 등이 있다. 경험·지혜·시간을 공유하며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도 협력적 소비를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이런 트렌드가 더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김우섭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