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뉘베리 스톡홀름대 교수

"일하는 여성의 가사 부담을 덜어주고, 노동 시장 밖에 있는 여성을 경제활동인구로 끌어들이는 것은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할 방안이라고 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아니타 뉘베리(72) 교수는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음을 안다"며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많은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경우 가계소득이 더욱 안정되고, 정부는 더 많은 세금을 확보해 또 다른 복지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뉘베리 교수는 30여 년간 경제학적 관점에서 양성평등 정책을 연구해 온 여성학자다.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주최로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젠더' 참석차 방한한 그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스웨덴 정부가 일하는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왔는지 설명했다.

핵심은 스웨덴 정부가 육아는 엄마가 아닌 부모가 함께 맡도록 하고, 빨래나 설거지 등 가사일은 '봉사'에서 '유급노동'으로 전환토록 정책을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그는 특히 스웨덴 정부가 1995년에 바꾼 '육아수당 지급제도'의 효과를 강조했다.

기존 제도에서는 부모 중 한 사람(주로 남성)이 배우자(주로 여성)에게 육아휴직 기간을 양도할 수 있었지만, 정부는 남성이 육아 휴직을 한 달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조항을 새로 마련했다.

뉘베리 교수에 따르면 제도가 바뀐 후 육아 휴직을 아내에게 양도한 남성의 비율은 46%에서 10%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더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 2002년 이 기간을 두 달로 늘렸다.

빨래나 청소 등 가사노동은 여성이 가정을 위해 당연히 수행하는 무급 노동에서 자격을 갖춘 도우미가 수행하는 유급 노동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가사도우미들은 노동계약서를 써 노동자·납세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으며, 가사도우미 사용으로 인한 가계 지출에 대해서는 세금을 공제해 줘 공식적인 가사노동시장이 확대됐다.

뉘베리 교수는 "여성이 가사노동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택한 방식"이라며 "이러한 노력으로 1990년 0-6세 아이를 가진 여성의 고용률은 85%에 육박했고, 전체 실업률이 높아진 지금도 남성의 고용률에 뒤지지 않는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뉘베리 교수는 빠르게 변모하는 한국 사회는 정책에서도 기민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는 1960년대 양성평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50여 년에 걸쳐 일·가정 양립 정책이 점차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더 짧은 시간 안에 변화에 발맞춰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당연히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을 테구요.

그렇지만 일과 가정에서의 남녀평등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