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액수 등 진술 엇갈려…대질신문 여부 주목

기업가로부터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홍사덕(69) 전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함에 따라 한 달 가까이 끌어온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자금 공여자로 지목된 경남 소재 H공업 진모(57) 회장, 진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제보자 고모(52)씨, 홍 전 의원의 측근이자 탈북자 지원단체 대표인 신모(여)씨 등 관련자들을 전부 조사했고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 홍 전 의원을 상대로 수사의 '마침표'를 찍는 일만 남았다.

◇'담배상자 속 현금' 실체 밝혀질까 = 지난달 17일 선관위에 고발된 홍 전 의원의 혐의는 올해 3월 중순 진 회장 측으로부터 중국산 담배상자에 든 5천만원을 받고, 앞서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 쇠고기 선물세트에 한데 포장된 각 500만원을 받는 등 도합 6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사건 배당일에 제보자 고씨를 조사하고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홍 전 의원 자택과 사무실, 진 회장 자택, H공업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곧이어 홍 전 의원 사무실에서 직접 돈을 건네받았다는 신씨 등 참고인들도 차례로 불렀다.

관련자들이 '말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

지난달 24일엔 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1시간 조사했다.

진 회장은 당시 취재진에게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최근 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액수는 고발 내용과 다르지만 '2천만원을 건넸다'고 금품전달을 사실상 시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문제의 담배상자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여러 차례 시연해봤다.

이를 통해 제보자 고씨의 주장(5천만원)과 진 회장 진술(2천만원)의 신빙성도 따져봤다.

검찰로선 홍 전 의원의 진술이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인 셈이다.

검찰은 홍 전 의원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것에 대비해 여러 가지 압박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 측근 신씨 등과의 대질신문도 준비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에 부합하는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고려 없이 사실관계 확정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정치권 파장은…진실공방 여지도 = 홍 전 의원은 선관위 고발 직후인 지난달 18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자진 탈당했다.

그럼에도 홍 전 의원이 사법처리될 경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타격을 입는 것은 박근혜 캠프 쪽이다.

탈당 전까지 친박계 중진으로 좌장 역할도 해온 홍 전 의원이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된다면 부패척결을 내세운 박근혜 캠프의 정치쇄신 드라이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 전 의원이 기소되더라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정으로 진실공방을 끌고 갈 여지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품수수가 직접 이뤄진 것이 아니고 중간에 전달자로 최소 두 명이 개입된 상황인 만큼 사실관계를 끝까지 다투는 것이 대선을 앞두고 그나마 파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계산이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