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본명 박재상·35)의 '강남스타일'이 세계 시장에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후폭풍이 거세다.

가요계는 '강남스타일' 한 곡이 만들어낸 국내외 매출이 최소 100억원 대에서 최대 1천억원 대가 될 것이란 전망을 한다.

현재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 100'에서 11위를 기록 중으로 이 차트 10위권에 오르면 평생 먹고 산다는 속설을 감안할 때 곡을 만들고 부른 싸이가 돈방석에 앉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또 싸이가 오는 11월 미국에서 신곡을 내고 글로벌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어 해외 매출에 대한 기대 심리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업체의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음악 관계자들은 싸이의 성공 모델이 국내 음반 제작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출 기하급수.."1천억원대? 나도 궁금" = '강남스타일'이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면서 기하급수적인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올해 싸이 관련 매출을 110억원으로 내다봤으나 해외 매출이 늘어날 경우 큰 폭으로 상향될 것으로 관측한다.

국내 음원 및 음반 판매, 공연 제작과 행사 출연료, CF 개런티, 유튜브 조회수에 따른 광고료 등의 매출을 합산하면 26일 현재 집계된 매출만으로도 100억원 대에 이른다.

그러나 가요계는 해외 매출은 가늠하기 어려워 최대 1천억원 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한다.

26일 대중음악차트인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7월15일 공개한 '강남스타일'은 두 달여간 286만5천여 곡이 다운로드 됐다.

음원 다운로드 매출의 경우 월정액 묶음 상품에 따라 계산이 달라져 곡당 평균 단가를 375원으로 계산하면 '강남스타일'의 매출 규모는 10억7천여 만원이다.

이 가운데 소속사와 음반 유통사가 나눠갖는 저작인접권료 40%와 이 곡을 만든 싸이의 저작권료 9%, 실연료 4.5%가 수익에 해당한다.

또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판매량은 가온차트에서 5만5천여 장을 기록 중으로 장당 판매가 1만2천원을 계산하면 매출은 6억6천만원으로 집계된다.

해외 음원 매출은 국내보다 비중이 한층 높다.

보통 미국 아이튠즈에서 1위 곡은 하루 평균 4만-5만 건 다운로드 되는데 곡당 1.29달러에 판매되는 '강남스타일'은 10일간 1위를 기록 중이다.

10일간의 매출만 계산해도 51만6천-64만5천 달러(한화 약 5억8천-7억2천여 만원) 규모다.

이중 싸이와 소속사는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료로 70%를 가져간다.

'강남스타일'의 경우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그리스, 폴란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35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해 매출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싸이가 지난달 펼친 국내 공연 매출이 30억원, 싸이의 국내 연간 광고 모델료가 4억-5억원 선으로 현재 10편의 CF와 계약해 광고 매출도 40억-50억원 선이다.

이밖에도 26일 오전 조회수 2억7천800만 건을 기록 중인 유튜브 조회수도 매출에 한몫한다.

유튜브코리아 관계자는 "제작사가 제공한 동영상 콘텐츠 앞에 붙는 광고 수익을 제작사와 분배한다"며 "전 세계 국가마다 광고 단가는 다르지만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봤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강남스타일' 효과는 '싸이 관련 주'의 급등으로도 이어졌다.

연일 상승한 YG 주가는 26일 8만5천800원으로 356만9천554주(35.79%)를 보유한 최대주주 양현석 대표의 지분 가치는 3천억원 대로 불어나 SM엔터테인먼트 최대 주주 이수만 회장을 추월했다.

또 싸이의 아버지가 대주주인 디아이도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해 '싸이 테마 주'로 주목받았다.

싸이는 '1천억원 매출 추정'과 관련해 "다음달 말 매출과 수익이 정산될 텐데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며 "사람이니 기대가 크다.

하지만 콘서트만 봐도 티켓이 팔리면 다 내가 갖는 것이 아니다.

매출에서 제작비, 인건비, 제반경비 등을 제하고 남은 것을 나와 회사가 나눠 갖는 것이 수익이다.

공연 매출이 큰 건 분명하지만 그만큼 제작비에 많은 돈을 쓴다"고 설명했다.

◇밖에서 노크하는 시대..첫 글로벌 대중스타 = '강남스타일'의 글로벌한 히트는 매출 증대뿐 아니라 음반제작자와 가수들의 마인드 변화도 가져왔다.

내수 시장이 좁아 그간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열심히 두드렸다면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는 콘텐츠를 잘 만들면 미국에서도 노크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뷰한 한 인기그룹도 미국 진출 여부를 묻자 "아무리 특정 시장을 겨냥해 음악을 만들어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싸이 선배처럼 그것이 통하는 타이밍이 온다면 베스트다.

억지 노력은 안 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싸이가 진입한 미국은 과거 보아, 세븐, 원더걸스 등의 가수들이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며 노력했지만 미국의 높은 장벽만 확인한 시장이었다.

양현석 대표는 ""미국은 세븐 등 많은 가수가 문을 열려고 두드려도 안 열리던 시장"이라며 "그런데 싸이는 뮤직비디오 한편으로 반응이 왔다.

이제는 안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우리가 문을 열어주는 상황이 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도 "'마카레나'가 스페인에서 발표된 후 뒤늦게 세계적인 음반유통사 비엠지가 마케팅을 펼쳐 글로벌한 성공을 거뒀듯이 '강남스타일'도 미국이 선택해 마케팅을 했다는 점에서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또 여느 K팝 그룹들이 인터넷상에 형성된 젊은층 주축의 팬덤을 기반으로 했다면 싸이는 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중 스타로 떠올랐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러나 싸이는 K팝을 새롭게 개척했다는 견해에 대해 "다른 동료의 도전이 폄하되면 안 된다"며 "많은 선후배가 노크했기에 K팝은 브랜드가 됐고 내가 편승해 얹어간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11월 미국서 음반.."반짝 뜨더라도 영광" = 향후 관전 포인트는 싸이가 지금의 성공을 기반으로 그 흐름을 이어갈지 여부다.

미국 온라인 대중매체인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팝문화 역사 전문가 브렌트 만의 말을 인용해 싸이가 (1990년대 '마카레나' 열풍을 일으킨 스페인 그룹) 로스 델 리오, (1963년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사카모토 규처럼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히트곡 하나뿐인 가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5일(현지시간) "싸이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톱스타가 된 저스틴 비버와 반짝스타로 주저앉은 레베카 블랙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현재의 파워를 유지하려면 영어로 된 좋은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일부의 우려에 대해 싸이는 "이 노래만 반짝 뜨고 마는 것 아닌가란 걱정이 많더라"며 "하지만 난 이 노래만 반짝 뜨고 말아도 영광이다.

사람이 태어나 한국인 최초란 단어를 얻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일련의 모든 것이 내겐 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싸이는 미국 시장에서 탄력을 받기 위한 다음 스텝을 밟는다.

그는 저스틴 비버를 키운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의 기획사와 계약하고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인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음반 유통 계약을 맺었다.

싸이는 "새로운 싱글 혹은 싱글이 포함된 앨범을 계획하고 있다"며 "11월 말까지 음반을 만들어달라는데 한국어 랩이 들어간 내 기존 곡으로 만들어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머지않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과 로스앤젤레스 공연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에 집중할지 역시 수요가 있는 유럽과 오세아니아, 아시아 지역까지 찾아갈지 협의 중이라며 가급적 여러 나라를 방문해 직접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무기인 그답게 이색 계획도 덧붙였다.

그는 "음악 다음으로 잘하는 게 음주"라며 "술에 술을 섞어 먹는 폭탄주 같은 한국의 독보적인 주류 문화를 전파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와 술을 먹으면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났으니 앞으로 많은 현지 스타들과 깜짝 놀랄 소식을 들려주겠다"고 특유의 입담을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