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다…(중략)…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합니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25호 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정선재(47·사법연수원20기) 부장판사가 또렷한 목소리로 주문을 읽어나가자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재판장을 마주 본 채 서 있던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몸이 가볍게 흔들렸다.

이윽고 선고가 끝나자 최 전 위원장은 천천히 몸을 돌려 방청석을 채운 50여명의 지지자들과 잠시 가벼운 목례와 눈인사를 나눴다.

최 전 위원장은 체념한 듯 말없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대기실로 돌아갈 때는 기운이 빠진 듯 발걸음을 힘겹게 내디뎠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브로커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대통령의 멘토'이자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막강한 힘을 과시했던 그는 2008년 3월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약 4년간 재임하며 미디어법 개정과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 현 정부의 방송정책을 진두지휘했다.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방통대군'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측근비리 의혹, 국회 상임위 위원들에 대한 돈 봉투 전달 의혹 등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1월27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터져 나온 로비 의혹이 결정타였다.

김 이사장이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린 정책보좌역 정용욱(49)씨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2월22일 "조직에 짐이 되는 시기가 왔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떠난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끝내 자신을 향해 죄어 들어오는 검찰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사퇴 두 달여 만인 지난 4월30일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돼 대검 중앙수사부 조사실로 불려갔고 결국 구속됐다.

그에 이어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최 전 위원장에게 징역 3년6월과 추징금 8억원을 구형했고 그는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더미임을 알겠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력형 비리에 대해 자비보다는 엄벌을 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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