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줄이고 여유시간은 학업·자기계발에 투자
학생 75% "반값 등록금 수혜자로서 사회공헌해야"

박원순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반값 등록금이 시행되면서 서울시립대(이하 시립대) 학생들의 일상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났다.

휴학생과 학자금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반값 등록금 덕택에 학업과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겼다는 게 학생들의 평가다.

또 반값 등록금 수혜자로서 지역사회 봉사 등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으나 아직은 아르바이트를 줄여 생긴 여유시간을 실제 봉사활동에 활용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 생긴 학생들, 학업·자기계발에 투자 = 반값 등록금 시행으로 시립대 등록금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 1학기 시립대 등록금은 반값 등록금 덕택에 인문사회계열 102만2천원, 공학계열 135만500원, 음악계열 161만500원(이상 학기당) 등 대부분의 사립대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아 생긴 여유시간을 학업과 자기계발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시립대에 의뢰해 재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과거 등록금을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121명 중 62%(75명)가 반값 등록금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거나 시간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알바의 짐'을 던 학생 가운데 45.3%(34명)는 학업에, 32%(24명)는 자기계발에 여유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록률(등록 대상자 중 실제 등록자 비율)과 학자금 대출 규모에서도 반값 등록금의 긍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이 학교의 올 1학기 등록률은 95.7%로 작년 1학기(92.3%)보다는 3.4%포인트, 반값 등록금 시행 직전인 작년 2학기(93.2%)에 비해서도 2.5%포인트 높아졌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 때문에 휴학하는 학생이 줄었다는 의미다.

또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빚을 내는 학생도 크게 줄었다.

올 1학기 학자금 대출 신청자 수는 581명으로 작년 1학기(1천4명)보다 40% 이상 줄었고 대출 규모는 25억9천만원에서 8억3천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이 됐다.

컴퓨터과학부 3학년 박선민(21) 씨는 "2학년 2학기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데 등록금이 예전 수준이라면 지금쯤 누적 대출금이 1천만원은 됐을 것이다.

반값 등록금 덕에 대출금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충당하는 게 불가능했고 그저 용돈을 벌어 쓰는 정도였다.

요즘은 스스로 벌어 등록금을 냈다고 자랑스러워 하는 동기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공헌 인식 확산…실제 행동은 '걸음마' = "서울시 세금으로 반값 등록금이 시행되면서 (학교를 찾는 주민들에 의한) 시설 훼손, 쓰레기 투기 빈도가 높아졌고 오해와 불신이 쌓여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생과 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컴퓨터 강좌를 운영하게 됐다.

"
시립대신문 8월27일자 1면에 실린 기사에 인용된 김근식 부총학생회장의 발언이다.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학교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과 이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부담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반값 등록금은 수혜자인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특히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기존 등록금의 절반이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보전된다는 점은 반값 등록금 도입을 결정한 서울시나 학교 당국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학교와 학생들은 정책 변화, 여론·경기 악화에 따른 세수 감소 등 변수로 말미암아 반값 등록금 정책이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또 특정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려고 '혈세'를 써야 하느냐는 일각의 문제제기는 더 큰 부담이다.

시립대 입학제도 개선 논의 과정에서 공공성과 사회공헌 등을 신입생 선발에 반영하고 학교 운영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또는 예비후보) 진영이 반값 등록금 공약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정책의 지속성이나 운영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반값 등록금이 시행된다면 다른 학교에서도 이러한 논란이 재연될 게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탓인지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 반값 등록금 수혜자로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등 사회적 공헌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세금으로 보전되는 반값 등록금 수혜를 이유로 사회적 기여의 필요성을 느끼는지를 묻는 질문에 24.7%(74명)는 '매우 그렇다', 50.7%(152명)는 '그렇다'고 답했다.

4명 중 3명꼴로 사회공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 학교 학생자치기구 대표들은 작년 11월 박원순 시장 등을 초청, 사회공헌 선언식을 갖고 시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짐했다.

학교 측도 사회공헌 전담팀을 구성,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학생 자치기구 중심의 자발적 재능기부, 지역사회 청소년을 위한 교육지원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학생 수와 사회봉사 교과목 수강자가 크게 늘었다.

이광훈 시립대 기획부처장은 "등록금의 절반을 세금으로 보전받는 만큼 봉사활동 노력을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다.

학교도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많은 학생이 이런 상황을 자각하고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설문조사에서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거나 줄여 생긴 여유시간을 봉사에 활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명뿐이어서 사회공헌 실천 분위기가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