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심리적 여유에 아르바이트에서 '해방'
대학 공공성 강화…사회봉사수업 수강자 증가


기획취재팀 = 고(故) 황승원(사망 당시 22세)씨. 서울시립대(이하 시립대)는 그의 이름 석 자를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황 씨는 작년 7월 등록금을 마련하려 일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제학부 1학년 휴학생이던 그는 어려운 형편 탓에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학자금 대출로 이미 수백만원의 빚을 진 상태였다.

그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벌려고 군 제대 직후 냉동기 수리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냉매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그의 죽음은 당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던 '반값 등록금'을 도입하는 데 촉매제가 됐다.

황 씨가 떠난 지 1년여가 지난 최근 기자가 찾은 시립대 교정에는 새 학기를 맞아 활기가 넘쳤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제2의 황승원 학우'와 같은 불행한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반값 등록금이 시행된 이후 생긴 경제적·심리적 여유를 소개했다.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2학년생 정재승(22)씨는 절반으로 줄어든 등록금 덕분에 아르바이트에서 해방됐다.

정 씨는 작년 2학기 사설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해 월 80만원을 벌었다.

일주일에 2회 강의했는데 매번 이동시간을 포함, 5시간이 그대로 날아갔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버거웠지만, 등록금과 월세 방값을 충당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 씨는 "올 1학기에도 학원 수학 강사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려고 했는데 반값 등록금이 시행됨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며 "학업에 더 집중하고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늘어나 좋다"고 말하면서 웃음 지었다.

강인성(24·경영학부 4년)씨는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변한 생활상을 "이제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요약했다.

강 씨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등록금에 보탰었지만,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고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없다면서 "작년 여름방학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올여름에는 영어공부 등 학업에 힘썼다.

반값 등록금 덕분에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우진(25·철학과 1년)씨는 지방 사립대에 다니다가 올해 시립대에 입학한 케이스.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조 씨에게 학기당 400만 원이 넘는 사립대 등록금은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는 없는 처지이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부담은 크게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씨는 "시립대 등록금이 원래 쌌지만, 반값으로 더 낮아져 다른 학교는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여유가 생기면서 대외활동도 많이 하고 재능기부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씨처럼 반값 등록금으로 생긴 여유시간을 봉사에 쓰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올해 시립대에서 나타난 변화의 바람이다.

올해 1학기 시립대에서 사회봉사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은 311명으로 작년 2학기 대비 34% 늘었다.

이광훈 기획부처장은 "최근 봉사에 나서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졌는데 반값 등록금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우리 학교가 공립대이다 보니 사립대와는 달리 공공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재능나눔 봉사 프로그램 '동행'에 참여한 봉사자 수도 늘었다.

동행 프로젝트의 서울시립대 그루터기(집행부 성격) 단장을 맡은 김준영(24·도시행정학과 3년)씨는 "작년 2학기에 137명이었던 봉사자 수가 올 1학기에는 292명으로 급증했다"며 "반값 등록금으로 아르바이트를 줄인 것보다는 사회봉사 참여자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과학과 2학년생인 홍주희(20·여)씨도 "동행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너무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에 아예 집행부에서 활동하기로 했다.

여유가 생겨 국제 봉사단 공모 등 교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차원에서는 지역주민을 상대로 한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 대학의 공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반값 등록금 혜택이 서울시의 재정지원으로 가능했다는 '부채의식'을 학생들이 공감한다는 점이 작용했고 일부 주민과의 갈등 해소를 위한 해결책도 필요했기 때문.
김근식(26) 부총학생회장은 "반값 등록금이 시행되면서 일부 지역주민들이 교내 환경을 어지럽히는 경우가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역주민과의 연대의식을 강화하고자 컴퓨터 무료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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