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학기 불과…시립대 성패 평가 시기상조
혈세투입 타당성 논란·재원 마련 과제 해결해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너나없이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중앙정부 차원의 대학 등록금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시립대(이하 시립대)의 '반값 등록금 실험'은 이 정책을 국가 차원으로 확대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효과와 문제점, 과제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된다.

시립대 반값 등록금이 올 1학기에 도입됐기 때문에 이 '실험'의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일단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반값 등록금 도입 이후 휴학생과 학자금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고 학생들에게는 학업과 자기계발에 쏟을 여력이 생겼으며 교육의 질도 저하되지 않았다는 연합뉴스의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확인시켜준다.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학업을 제쳐놓은 채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고 과도한 경제적·정신적 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거나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대학생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은 이들의 생활을 변화시켰다.

사실 반값 등록금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부분.
결국, 문제는 혈세를 투입해서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게 타당한 정책인지, 재원 마련은 가능한지, 이러한 정책이 지속가능한지 여부다.

반값 등록금 정책과 관련해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돼 온 문제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시행된 시립대 반값 등록금은 이 정책이 '돈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서울시 예산과 담당자도 "시 재정에 부담되지만, 어느 사업에 얼마를 쓰는 것은 정책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행사성 경비와 업무추진비, 시급성이 낮은 사업비 등을 줄여 올해 시립대 반값 등록금 예산 182억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88.7%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아 재정 여력이 있고 시립대의 등록금 역시 반값 등록금 시행 전에도 여타 사립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를 국가 차원의 지원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서울시는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고 시립대도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등록금 수준도 높지 않았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을) 어렵지 않게 시행할 수 있었다"며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민, 나아가 국민의 혈세를 대학 등록금 지원에 쓰는 게 타당한지도 논란이다.

이와 관련,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타지역 학생이 서울로 오게 되면 주거비 등으로 소비활동을 하기 때문에 재정유입 효과가 발생한다"며 "서울시민이 손해를 본다고 하는 것은 좁은 소견"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시립대에서는 입학제도 개선 등을 통한 공공성 강화로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해우 서울시 조직담당관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가 공공성을 갖고 운영돼야 하고 정체성과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단순히 기업에 취직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사관학교'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첫 걸음을 떼긴 했지만, 대학 등록금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의 판단이다.

다만, 방법론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반상진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공적 지원이 안 돼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쌌다"며 "중앙정부가 서울시와 똑같은 방식으로 여태까지 하지 않았던 지원에 나선다면 등록금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9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국·공립대학과 사립대 등록금은 미국 달러화의 구매력지수 환산액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2위였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부문의 투자 규모도 200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 수준으로 OECD 평균 1.0%에 크게 못 미친다.

김세연 의원은 "등록금 인하에 필요한 전체 재원을 정부가 부담하게 되면 세금을 더 걷거나, 빚을 지거나, 다른 예산을 깎아야 한다"며 "정부에서는 국가장학금을 통해 학생의 경제력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대학도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단체장 교체에 따른 정책의 변화, 여론·경기 악화에 따른 세수 감소 등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이 지속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 임은희 한국대학연구소 연구원은 "한 번 시행된 반값 등록금을 원상태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안정적 시행을 위해서는 법률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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