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들 "삼성·현대차 가고 싶어 한국서 공부해요"
‘교육 한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을 찾는 유학생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질(質)’에 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국내 학생들이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게 했고 산업발전기의 이공계 육성·공업화 정책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변변한 부존자원도 없는 빈국이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세계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한 것은 교육 시스템 덕분이라는 것이 세계인들의 분석이다. 한국에서 MBA 등을 공부해 세계적인 한국 기업에 취직하거나 귀국 후 자국에서 교수, 고위 관료 등 엘리트로 성장하는 성공 사례가 늘어난다. 한국을 찾는 유학생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게 되는 이유다.

◆“좋은 교육 받기 위해 한국행”

외국인 유학생들 "삼성·현대차 가고 싶어 한국서 공부해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극찬하는 ‘교육강국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롤모델도 된다. 세계은행과 유네스코(UNESCO)의 후원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교육 공무원 100여명은 2009년부터 매년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개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인재육성을 통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한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서다.

교과부가 지난달 31일 정부 초청 유학생 2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한국과 한국 교육을 보는 외국인들의 이러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한국 유학을 결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143명(61%)이 ‘한국 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우수성’이라고 답했다.

정부 초청 장학생들은 등록금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 보조까지 받는 만큼 경쟁률이 높고, 선발된 유학생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의 정부 장학생에도 선정됐을 정도로 역량을 갖춘 인재다.

헬랄리 네할 씨(이집트·연세대 전자공학)는 “한국 기업들의 첨단 기술에 평소 관심이 많았고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많은 답변(89명·38%)은 ‘한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였다.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라는 답변(64명)도 세 번째로 많았다.

‘한국에서 공부한 이후 목표’에선 ‘한국 기업이나 연구소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답한 유학생이 110명(47%)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에서 경력을 다국적 기업이나 국제기구 취업에 활용하겠다는 답변도 91명(39%)에 달했다. 드미트리 바닐코프 씨(러시아·KAIST MBA)는 “러시아에서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매우 인상적이다. 학업을 마치고 한국 기업에 취직해 러시아 지사장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가려면 한국 대학이 최고”

빅토르 산체스 씨(콜롬비아·연세대 경영대학원 MBA)는 지난 6월 졸업과 동시에 멕시코로 건너가 현지 월마트에 취업했다. 산체스 씨는 “멕시코 월마트 인사담당자가 한국 근무 경력이 있어 한국이 얼마나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인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며 “내가 ‘한국에서 살았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길수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은 구글이나 월마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장”이라며 “한국에 살면서 한국 시장을 경험해 본 인재는 세계 어느 시장에 갖다놔도 통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취업한 히샤무딘 모하메드 씨(말레이시아)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금융에 특화됐고 중국은 생활 환경이 좋지 않은 반면 한국은 고유한 산업·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후배들에게도 한국 유학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강점 중에는 ‘영어 강의가 잘된다’는 점도 있다. 재학생 35명 중 절반인 17명이 인도 베트남 등에서 온 유학생들로 구성된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박사과정의 찬단 비스와스 씨(인도)는 “태양전지와 나노 기술 수준도 높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수업에서 100% 영어를 쓰는 환경이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톤 띠엔펑 씨(베트남)는 지난 8월 건국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본국 최고 명문인 호찌민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선 이미 한국 유학을 다녀온 교수들이 많아 ‘한국 학파’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어·한국학 관심 늘어

‘교육 한류’는 해외에서 한국어·한국학을 배우는 학생들의 숫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한국 관련 학과를 설치한 해외 대학 수는 1992년 32개국 152개에서 올해 82개국 810개로 늘어났다. 한국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중동·중앙아·동남아지역에선 한국학과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는 것이 현지 교수들이 전언이다. 수잔나 메즐루미얀 아르메니아 예레반언어대 교수는 “예전에는 단순히 한국에 대한 관심에 한국을 공부하는 학생 위주였다면 요즘엔 ‘한국어만 배워도 먹고 살 길이 있다’는 생각에 한국학과를 찾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정태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