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문 LA검찰청 박향헌 검사…"최고 예방책은 신고"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려면 아무리 작은 나쁜 행동이라도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방문한 박향헌(49ㆍ미국명 앤 박)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찰청 검사는 성폭력 범죄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피해자나 주변인들의 '신고'를 꼽았다.

재미교포 1.5세대인 박 검사는 미국에서 19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10년을 아동ㆍ청소년 성범죄 사건을 다룬 전문가다.

지난달 여수에서 열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행사 참석 차 방한했다.

박 검사는 '신고'의 중요성을 거듭 언급하며 "미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성범죄라 하더라도 경찰에게 알려 어떻게든 조치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비록 모든 신고가 가해자 처벌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기록'으로는 남게 돼 같은 범죄를 또 저질렀을 때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인 아동이나 여성은 창피하다거나 이미지 손상, 사회적 흠집을 우려해 경찰에 제보(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의 초점을 가해자에게 맞추고 피해자는 감싸주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미국의 강도 높은 형량 시스템도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는 삼진아웃법이 도입돼 성범죄를 3번 이상 저지르면 25년 이상에서 종신형까지 선고되는데, 아동 성범죄는 납치나 상해를 한 경우라면 초범이라도 25년에서 종신형까지 선고된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삼진아웃법 도입이 성범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확신했다.

그는 "미국은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직접 물질적ㆍ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민사소송뿐 아니라 가해자가 형을 받게 되면 피해보상은 법에서 정해줘 가해자와 피해자가 별도로 합의를 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미국에서는 성범죄로 형량이 정해지면 무조건 (형기의) 85%는 채우고 나와야 한다"며 "출소 후에는 보호관찰뿐 아니라 평생 자신의 주거나 직업, 동거인 관계 등을 경찰에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검사는 나주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 등 최근 한국에서 연이어 벌어진 강력 성범죄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박 검사는 '나주 사건'의 경우도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가해자가 최소 25년에서 종신형의 높은 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에 오는 날부터 오늘까지 나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시민이 더 각성하고 경각심을 갖기를 바란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박 검사는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과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등 간부들을 면담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