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 통일교 총재 별세] '포스트 문선명'…국진·형진 역할 분담에  3남 현진 '변수'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3일 별세하면서 향후 통일교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교 내부에선 2010년부터 ‘포스트 문선명’을 차지하기 위한 2세들 간의 알력이 불거졌다. 앞으로 형제들 간 다툼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남 vs 4남·7남 간 치열한 전쟁

갈등의 중심엔 문 총재의 3남 문현진(43), 4남 문국진(42), 7남 문형진(33) 씨가 있다. 문현진 통일교세계재단(UCI) 회장과 문국진 통일그룹 회장·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이런 대립은 문 총재가 2010년 7남인 형진씨를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면서 시작됐다. 통일교의 핵심인 종교 분야는 7남이 맡고, 재단의 돈줄인 통일그룹은 4남인 국진씨가 맡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진씨가 후계자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독자 노선에 나서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그는 이전까지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후계 구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진씨는 문 총재의 1남과 2남이 2008년과 1984년 각각 사망하면서 사실상 장남 역할을 맡아왔다.

현진씨가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것은 문 총재의 ‘메시아론’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통일교 재단 측은 “현진씨가 문 총재의 지시를 거부한 채 이단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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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지 못한 통일교 되나

현진씨는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난 이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을 돌아다니며 평화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UCI 산하에 비영리 국제민간기구인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GPF)재단을 설립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익명의 통일교 관계자에 따르면 UCI는 해외에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 등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현진씨가 몽골, 말레이시아, 케냐 등 제3세계 국가의 정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이 같은 막대한 재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와 일본,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해외 통일교 재단이 현진씨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가 문 총재 사후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형제 간 다툼이 또 다른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2009년부터 통일교 형제들 간에 재산을 둘러싼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의도에 개발 중인 파크원 개발 소송이다. 파크원 사업부지의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은 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Y22)를 상대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시행사인 Y22는 현진씨가 회장으로 있는 UCI의 자회사다. 지난달 초 2심 판결에서 1심에 이어 Y22가 승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통일교 재단 측이 현진씨의 장인인 곽모씨를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또 현진씨는 최근 어머니 한학자 여사(69)가 대표로 있는 재단을 상대로 240억원대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내 일부 패소 판결을 받았다.

◆‘후계전쟁’ 벌어질까

이런 불화에도 불구하고 가족 간 우애를 중시하는 ‘신 아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이라는 통일교 교리상 현진씨가 겉으로 드러내놓고 후계전쟁을 벌이긴 힘들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후계 구도가 갖춰진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국진씨는 통일그룹 회장 취임 3년 만에 적자 기업을 흑자로 돌려놓는 등 뛰어난 경영수완을 보인 데다 이미 한국, 일본 조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진씨 역시 통일교 세계회장으로서 입지를 굳혀 후계전쟁으로 얻을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통일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국진씨와 형진씨가 통일교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문 총재의 부인인 한 여사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진씨는 문 총재가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지난달 15일에만 병원을 찾아갔을 뿐 임종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