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하려 데려왔는데 반항해서…" 말끝 흐려

수원 20대 여성 납치ㆍ살해 혐의(살인 등)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오원춘(42)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이 납치 동기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부장판사는 오원춘에게 "애초 피해자를 납치한 것이 성폭행이 목적이었나, 살해가 목적이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오원춘은 "강간하려고 데리고 왔는데, 반항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변호인은 "피해자를 보고 성욕이 생겨서 납치했고,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이뤄지지 않자 화가 나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재판장은 "당시 상황에서 반항은 충분히 제압됐고, 여러 시간 같이 있으면서도 강간은 하지 않았다.

한참 함께 있다가 그냥 살해했는데 살해 이후의 처리법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다른 목적이 있지 않나 굉장한 의심이 생기는데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의혹 없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피고인이 답변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사죄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납치의 목적이 양형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1심 판결문에서도 "절단부위가 고른 형태로 고난도의 방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강간 목적 외에도 처음부터 사체 인육을 불상의 용도에 제공하기 위한 의사 내지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황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오원춘은 담담한 표정에 기운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한편 검찰은 피고인 주거지 주변에서 발견된 뼈가 사람의 것이 아닌 닭과 개의 것으로 확인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검증 결과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일인 9월13일 피고인 신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검찰 구형도 이뤄진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