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무 회장 "젊은 변호사들 바닥부터 시작해야"
"국회의장에게 입법보좌관 1명씩 더 뽑으라 제안"


"자격증이 평생을 보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진취적으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전국 1만2천명의 변호사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 신영무(68ㆍ사법시험 9회) 회장은 20일 대한변협이 `환갑잔치'를 벌이는 동안에도 내내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로스쿨 1기 졸업생들이 본격적으로 법조시장에 유입되고 외국계 유수 로펌의 국내 법률시장 상륙이 가시화하면서 법조계의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젊은 변호사들의 취업난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청년 변호사들이 시장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부터 끔찍한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에는 안타까움도 표출했다.

그는 이날 오후 협회 창립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변호사를 6급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니 그런 치욕이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변호사를 일반 행정6급(주무관)으로 채용하기로 해 변호사업계의 거센 반발을 부른 일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5급으로 임용되는데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공부한 사람에게 6급은 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분배 차원에서 변호사들에게 마땅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너무 아까운 인재들이 자격을 딴 뒤에도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고 혀를 찼다.

신 회장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도 불만을 털어놨다.

모집인원이 급증한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지금처럼 한 학년 정원이 100명도 안 되는 학교가 여러 곳인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법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소규모 로스쿨에서 폐강이 속출하는 등 교육이 `엉망진창'이라고 들었다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과 다른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협회 차원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도 법조 인력이 과잉공급되고 있다"며 "이제 변호사 자격증이 평생을 보장하던 시대는 갔기 때문에 젊은 변호사들이 진취적인 태도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법치주의를 확산하려면 행정입법과 국회입법이 모두 강화돼야 한다면서 변호사들이 해당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신 회장은 "오늘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1명당 입법 보좌관을 1명씩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전달했다"며 "5급으로만 뽑아주면 지원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식행사 기념사에서 "몇 년 후 변호사가 2만~3만명에 달하는데, 바로 지금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한 그의 표정에는 비장한 느낌이 묻어났다.

서울고-서울법대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신 회장은 1980년부터 30년간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일하면서 증권ㆍ기업ㆍ미국금융분야 등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지난해부터 대한변협을 이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